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남송(南宋)의 학자 진량(陳亮, 1143-1194)지 쓴 ‘여주원회서 與朱元晦書’ (여주원회서란 주희 朱熹, 1130-1200)에게 주는 글로 元晦는 주희를 일컫는다)에 등장한다. 직역을 하자면 같은 침상에 누워 다른 꿈을 꾼다는 것인데,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경우를 의미할 때 사용한다. 이러한 의미의 동상이몽이란 말을 누구나 알고 있고,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아마 우리 사회에서, 우리 생활에서 동상이몽의 상황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금 최대의 이슈는 역시 남북정상회담일 것이다. 남북 분단 이후 남북 정상회담은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에 있었다. 그리고 올해 4월 27일에 11년 만에 다시 재개되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종전협상을 그 장소가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처음으로 남측 장소에서 만남이 개최되었고 종전 협상 등이 거론됨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고무된 분위기였다. 누군가는 벌써 통일이 된 듯 이후의 생활을 전망하기도 했다. 북쪽에서의 사업을 전망하기도 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유럽을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태우기도 했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은 입대기간 단축이나 모병제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의 관계가 그렇게 사람들의 예측이나 바람처럼 전개되는 것은 아니었다. 핑크빛 모드로 진행되는가 싶더니만 어느 날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되어 모두를 긴장시키더니, 지난 토요일에는 한 달 만에 깜짝 남북회담이 다시 개최되었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의 이러한 예측불허의 변화를 보며 앞으로도 섣부른 판단이나 전망은 자제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 대해 누구든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견해를 피력한다. 그 의견들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말은 모두 옳을 수도 있다. 동일한 대상이라고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처한 위치, 자신의 체험한 경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각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니 각자는 모두 옳을 것이다. 문제는 서로의 경험치가, 서로의 눈높이가, 서로의 미래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침상에 누워서 서로 다른 꿈을 꿀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 (1976년 발표)으로 알려진 섬, 한센병 환자의 환우촌 소록도에 다녀왔다. 지형이 작은 사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여 ‘소록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소록도의 자연은 이름처럼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장 큰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픈 섬, 가장 아픈 장소가 되고 있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던 병원장(주정수 원장)이 물러나고 새롭게 조백헌 원장이 오게 된다. 조 원장은 환우들을 위한 복지를 위해 힘쓰고 그들에게 ‘당신들을 위한 천국’으로 만들어주겠다며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하는 행동은 점점 주원장과 닮아가며, 그가 세우려는 천국이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자신의 천국이 아닌가란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결국 환우들이 생각하는 천국과 조 원장이 생각하는 천국에는 많은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소설 속 조 원장이 검은 마음을 먹고 자신의 천국을 세우려고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천국을 세우겠다는 강한 목표의식으로 말미암아, 그 안에서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 원장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도 세상에는 수많은 ‘조 원장’들이 있다. 스스로는 공익(共益)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은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현실이 되려면 함께 꿈꾸어야 한다. 비단 남북문제가 아니더라도 동상이몽이 아니라 다른 침상에 있더라도 같은 꿈을 꾸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상진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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