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최초로 워싱턴 D.C에서 취임한 대통령입니다.

제퍼슨은 대통령이 되기 전 치열한 아니, 잔인할 정도의 선거전을 치르고 천신만고 끝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코네티것 쿠랜트(Connectcut Courant)신문은 노골적으로 ‘만약에 제퍼슨이 당선되면 살인, 강도, 약탈 그리고 근친상간 등이 공개적으로 자행될 것이다. 고통의 울부짖음이 사방에서 메아리칠 것이고 대지는 유혈로 낭자할 것이며, 온 나라가 범죄로 삭막할 것이다’라고 날선 공격을 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선거전은 어떤 방법이나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가장 지능적이고 야비할 정도로 공개된 합법적 게임입니다.

결국 토머스 제퍼슨이 당선되었습니다.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란 별명에 걸맞게 높은 지성과 사생활에 대한 엄격한 관리로 세상 사람들은 그에 대해 악평이 없었던 대통령입니다.

그는 달변가는 아니었지만 통찰력이 있었고, 일반인이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편안한 매너를 지닌 신념이 있는 지도자였습니다.

그의 정치적 신념 중 미국 국회의사당에 있는 그의 기념비에 ‘나는 하나님의 제단 앞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모든 형태의 전제 정치에 대항해 영원히 투쟁할 것을 맹세하노라’라고 새겨져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국민을 위해 자기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짐작케 합니다.

그는 농부였고, 음악가였고, 작가였고, 건축가였습니다.

또 과학자로 발명가로, 더 나아가 법률가로 다재다능한 출중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기초(起草)한 미국 독립 선언서에 그가 추구하고 실현하고자 한 진정한 민주국가의 이상이 잘 반영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절대로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이것에는 삶과 자유 및 행복 추구 등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들이 수립되며, 이들의 정당한 권력은 국민들의 동의에 연유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정부라도 그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는 그 정부를 바꾸거나 아예 없애버려 새 정부를 수립하되.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대한 이룩할 수 있는 원칙들에 입각하여 그 토대를 마련하고, 또 그런 형태 아래서 권력을 조직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국민의 권리라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이 독립선언의 내용은 신생독립 국가에서 헌법을 만들 때 전범(典範)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독립 후 지금의 영토가 아닌 상태에서 제퍼슨 대통령은 프랑스가 소유했던 루이지애나를 사들인 것은 상상을 넘는 큰 치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미국 영토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된 것이지요.

당시 여론조사에서 ‘루이지애나 획득 하나만으로도 그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라고 합니다.

그는 주(州)하원의원, 주지사, 연방의회의원, 외교관, 국무장관 등 정치가와 행정가로서 경험과 실력을 착실하게 쌓아가며 대통령의 길을 열어간 인물입니다.

신생 독립국가들이 겪어야 하는 어느 날 갑자기 지도자가 되어, 국민과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공허한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빚에 시달렸고 개인 도서관을 팔아 부채를 탕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후세를 위한 인재 양성을 위해 버지니아대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버지니아대학에 애정은 남달랐고, 대학 건물을 손수 디자인했고, 대학의 교육과정까지도 기획 작성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 설립자 인 것을 자부심과 긍지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스스로 작성해 놓은 묘비명은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역사적 사실(事實)까지 넣지 않았습니다.

‘독립선언서와 버지니어 종교자유법의 작성자이며, 버지니아 대학의 설립자인 토머스 제퍼슨 여기에 묻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명예로운 권력의 정점, 국군통수권자, 국가의 원수로 외교를 관장하고 국가를 대표하고 모든 행정 권력을 한 손에 거머쥐고 종횡무진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 직함을 스스로 비문에서 빼어버린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이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 봅니다.


유화웅 시인·수필가, (사)굿파트너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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