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항간에 웃음거리가 된 권력가 또는 재벌이 적지 않다. 돈 등 각종 재물을 놓고 부자·형제지간에, 또는 권력을 두고 눈먼 자들 간에 마치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보면 자기 새끼도 어미도 몰라보고 으르릉 거리며 다투는, 딱 그 꼴이다.

모 재벌총수인 조모 씨 가족은 추태 못지않은 갑질로 국민들 가슴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또 다른 한 여인은 국정을 농단, 정국이 진흙탕이 됐다. 권력과 재물을 가진 자라 해서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재물 권력을 가진 자는 물론, 그것 없이도 보이지 않게 선행을 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어렸을 적 충북 음성에서 내노라하는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가 일제때 일본군 징병으로 끌려갔다 해방이 돼 돌아와 보니 집안이 망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오갈 곳이 없게 됐다. 그는 결국 구걸을 했다.

그는 구걸을 하면서도 병들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 20여 명을 다리 밑에 모아놓고 거적으로 바람막이를 하고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사시사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냥해 그들을 먹여 살렸다. 그러면서 그는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행복하다’란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일본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이 되고 곧바로 6·25 동란을 거친 때라서 먹고 살 식량이 없고,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국민들이 가난에 찌든 시대였다.

길거리에는 거지들이 득실거렸지만 최귀동 할아버지는 늙고 병든 거지들을 모아놓고 돌봤다. 그 모습을 본 오웅진 신부는 천주교지원과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었다.

그곳이 지금의 ‘음성꽃동네’다. 최 할아버지는 없는 자가 없는 자를 돕는 좋은 일을 했다.

2014년에는 신라호텔 본 건물 현관문으로 택시가 돌진해 수억 원 상당의 회전문을 들이받아 문이 완전 파손되고 승객과 직원 등 4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사람은 80대 초반 모범운전자였다. 모범운전자인 그는 자동차가 갑자기 돌진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택시운전자는 부인이 뇌경색으로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고, 단칸방에서 혼자살고 있었다고 한다. 사고경위와 택시기사의 딱한 사정을 보고 받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은 “우리가 피해자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운전자에게 우리 피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지 말라. 필요하면 그 사람 치료비도 줘라. 그 운전자를 찾아가 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회사 간부가 우족, 쇠고기, 케이크를 사 들고 택시기사의 집을 찾아 가 이부진 사장의 뜻을 전달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선행을 하는 사람, 악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

돈, 재물에는 지나치게 욕심 부릴 것 없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재물도 권력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그런 재물 좀 가졌다고, 권력 잡았다고, 갈지자 걸음 걸으며 헛기침 킁킁대 봐야 지나놓고 보면 빈껍데기다. 과욕 때문에 허튼 짓 했다가는 자칫 붉은 벽돌 큰집 간다.

그런 것쯤은 어리석은 자라도 안다.

요즘 갑질 하는 자들 보면서 권력이, 재물이 아무리 좋다 해도 세상이 그래서야 되겠느냐 싶어 씁쓸하다. 젊은이들이

인간의 탈을 썼다고 다 인간이 아니다. 요즘 인간의 짓이 아니다싶은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행복하다’며 욕심을 버리고 희생정신으로 사랑을 베푼 최귀동 할아버지가 더욱 커 보이며 아름다워 보인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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