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발견

간호윤│소명출판│256페이지



1910~1930년대는 일제강점기였으나 신문물을 접한 사람들이 다양한 욕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성의 거리에는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활보했으나 수은등 아래에서는 일명 ‘6전 소설’, 혹은 ‘이야기책’이라 불리던 값싸고 휴대하기 편하게 가볍고 작은 판형의 서민들 대상의 소설책이 크게 유행했다.

‘욕망의 발견-소설이 그림을 만났을 때’는 학계에서 ‘딱지본’이라 지칭하는 구활자본 고전소설과 신소설을 ‘신연활자본고소설’로 온전히 부를 것을 제언하고, 표지 역시 ‘책의도(책표지에 입힌 옷 그림)’라는 명칭을 부여하며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의 그림 읽기를 통해 당대의 욕망 지형도를 탐색한다. ‘욕망의 지형도’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소설의 5단 구성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와 소설의 5단계를 접목시켜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에 나타난 욕망과 상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제시한다.

‘욕망의 발견’은 170개가 넘는 다양한 책의도가 전면 컬러로 제시돼 있고, 권말에는 책의도 목록을 첨부해 다양한 책의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는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신연활자로 출간된 고소설의 표지 그림이다. 저자는 이는 엄연히 “고소설을 그림으로 그린 고소설도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소설의 내용을 단 한 장에 그려내기 위해 화공이 독자를 상정해 초본을 그리고, 인쇄공이 몇 번이나 색에 맞춰 인쇄한 표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업적일 수밖에 없지만, 당대의 문화를 흡수하며 문학과 회화의 함의가 얽혀 있는 그물망이기도 하다.

저자가 “고소설을 그림으로 그린 고소설도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소설의 내용과 다를 수도 있거니와 독자층의 시선을 자극하기 위한 상업적인 그림이기 때문이다. ‘동선화’는 송나라가 배경이지만, 책의도에는 구두를 신고, 수염을 기르며, 두루마기를 입는 등 당대의 옷차림이 그려져 있다. 대부분 무채색의 옷을 입던 당시 생활상에 비춰봤을 때 인물들의 옷이나 배경에 오방색의 화려한 색감을 사용한 것은 상류층의 풍속을 (구매를 통해) 모방하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가 주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인쇄물, 소설, 그림, 색, 구도 등 다양한 도상기호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욕망의 발견’은 인물, 사건, 상징, 문구의 네 방향에서 고소설을 읽어낸다. 당시 시대는 엄혹했던 한편, 신식문물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욕구들이 분출했을 때였다. 독자들은 창의적으로 고소설을 향유했으며,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시각 자료로서의 책표지는 당시의 욕망을 표현하는 매체가 됐다. 그렇게 고소설은 저 시절을 살아내는 이들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