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고진하│마음의숲│304페이지



최근 tvN에서 종영한 ‘숲속의 작은 집’은 현대인들의 바쁜 삶을 벗어나 꿈꾸고는 있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현실을 대신해 매일 정해진 미니멀 라이프 미션을 수행하는 단순하고 느리지만 나다운 삶에 다가가 보는 프로그램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는 이 숲속의 작은 집의 현실판으로, 자급자족, 자발적 가난, 불편도 불행도 즐기며 사는 고진하 시인과 권포근 잡초요리연구가 부부의 이야기다. 편리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조금 불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낡은 시골집을 직접 수리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고, 요강을 쓰고, 잡초를 뜯어 밥을 지어 먹는다.

한집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살고, 개구리와 뱀, 지렁이와 박쥐도 함께 산다. 동물과 함께 하는 공생. 키 작은 식물들에게 배우는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 봄·여름·가을·겨울 등 계절을 발견하며 채우는 시골생활의 소확행(小確幸)이 가득하다. 집 이름을 ‘불편당’이라 짓고, 불편도 불행도 즐기면서 살자는 다짐 아래 살아가는 부부. 편리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통한 행복과 느린 삶에서 찾는 여유를 전한다.

강원도로 귀촌 귀농해 자발적 불편을 실천하면서도 행복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잡초로 밥을 지어 먹기 시작하면서 “흔한 것이 귀하다”는 삶의 화두를 깨달았고, 잡초처럼 낮아진 겸허한 삶을 살고 있다.

화전을 부쳐 먹기 위해 뒷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따고, 보랏빛 제비꼿, 노란 꽃다지도 조금 뜯어 내려오며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엄청 사치를 누리는 것 맞죠?” “암, 사치구 말구. 우리가 시골에 살지 않았으면 어찌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겠소.” 지천에 널린 꽃을 뜯고, 잡초를 뜯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그들은 이것을 ‘사치’라고 말한다. 현대인에게 사치란 지나치게 높은 엥겔지수, 월급에 맞먹는 쇼핑비용을 뜻하겠지만 이 시골 부부에게 사치는 그저 화전을 부칠 만큼 넉넉하게 꽃을 뜯어오는 일이다.

요즘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골생활의 소확행을 담았다. 마트에 파는 잘 포장된 채소 대신 논밭가에 들쭉날쭉 자란 잡초를 뜯어 멋진 요리를 만들고, 버튼만 누르면 뜨근해지는 편리한 보일러 대신 직접 장작을 쪼개 아궁이를 때야 하는 전통 한옥에 사는 일. 화장실이 집밖에 있어 추운 겨울엔 방안에 둔 요강을 쓰고, 온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사람냄새 가득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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