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비폭력이 뭐에요?

자크 세믈렝│갈마바람│116페이지



‘비폭력’은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폭력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폭력을 휘둘러도 꾹꾹 눌러 참으며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이 책의 저자 자크 세믈렝 교수의 딸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다.

세믈렝 교수는 비폭력을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가운데 갈등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이자 행동방식’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들어, 비폭력적인 갈등 해결의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물론 세믈렝 교수가 이 책에서 사례로 든 해결 방법으로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교수 역시 비폭력이 요술 지팡이는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쉽게 폭력으로 맞대응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창의적이고 비폭력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태도’이다. 비폭력은 결코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세믈렝 교수는 인종차별이라는 폭력, 식민 지배라는 폭력, 독재라는 폭력 앞에 선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뭉치고 함께 함으로써 비폭력적으로 승리를 쟁취해낸 여러가지 역사적 사례들을 보여준다. 바로 연대의 힘이다. 그는 비폭력 행동의 원칙들을 제안하면서, ‘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치라’고 충고한다. 우리는 2016년 겨울 촛불시위를 하면서 비폭력의 힘을 경험했다. 그 자리에 모인 어느 누구도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으며, 그저 함께 모여 평화롭게 노래하고 외치고 행진했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하고 결정한 것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였지만, 그러한 결정에 이르도록 그들을 움직인 것은 바로 시민들이었다.

이처럼 비폭력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비폭력의 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비폭력과 연대를 좀처럼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할 때, 폭력에는 늘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지만 비폭력은 ‘생명의 힘’으로 이기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