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신임론과 정권견제론이 맞붙은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전패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떠난다. 알다시피 이번 선거의 배경에는 정부·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독주에 대한 견제론으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이번 선거 기간 내내 문재인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호소했지만 표심은 이런 야당에 더 냉정하기만 했다.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미·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정책의 결과물이 선거 직전에 모든 이슈를 압도하면서다. 사실상 보수가 궤멸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게 됐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하나의 당이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까지 3개의 선거를 석권한 것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하고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하며 대선까지 승리했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우세한 흐름을 가져가며 사실상 지방권력까지 거머쥐게 돼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매끄럽게 된 일이다. 그 흐름을 보자면 예전에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잇달아 승리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정치전문가들이 국민의 표심이 보수 대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이는 야권 재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어쩌면 야권은 미리 다음 총선을 제대로 치를 예방주사를 맞은 기분이 들 수 있다. 확실한 패배로 인해 권토중래의 바탕이 될 수 있어서 하는 말이다. 어찌해도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인 국민들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당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당장에 야권은 패배가 뼈아프겠지만 정계 개편의 불가피성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총선에 대비할 계기를 준 것도 특징이다. 자업자득이다.

이제부터다. 보수의 개편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백지에서 그려갈 기회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 물론 정부·여당은 지지 여론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책 등 기존에 추진하던 정치·외교·경제 분야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지만 어제의 압승 이후가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남북, 미·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에 대한 이슈가 정리되고 지방선거까지 끝난 마당에 정치가 부각될 것이다. 모든 눈이 경제와 국내 정치문제로 관심이 쏠리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도 가속화 될 것이다. 이제 바닥까지 떨어진 보수는 다시 뭉쳐야 하는 절박감에 있고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정치를 살려낼 길은 혁신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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