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법조인들 사이에서 "의혹 해소의지 부족하다" 평가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발 대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시민단체와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와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등 현직 판사 13명에 대해서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시민단체와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수사협조만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 대상으로 언급되는 KTX 근로자 복직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의 당사자는 “사법부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열차승무지부는 “피해자에 대한 얘기는 없이 국민들에 대한 모호한 사과 정도로 파악된다”고 지적했으며, 전교조 경기지부는 “전국 지부와 18일 양승태 사법농단 규탄, 피해자 원상회복을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농성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법 인권 사회 연구소 대표는 “당연히 검찰이 수사하면 협조해야 하는데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은 하나 마나 한 얘기”라면서 “검찰 수사 의뢰에 대한 고민도 이해는 가지만, 이번 발표는 단지 이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을 경우 영장 발부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예상 가능했던 결과라면서 이제는 검찰 수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11일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한 변호사는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이제 검찰의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차례다. 앞서 시민단체들의 고발 건이 있는 만큼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디지털 원본 파일 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발을 요구했던 사람들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장의 조치가 부족하고 실망스럽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법원장의 고민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면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이번 발표로 검찰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인다. 이제는 검찰의 수사를 주목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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