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고뇌하는 인간과 대면하다

정용선│빈빈책방│288페이지



철학서들이 삶의 스승이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지적인 친구라면 문학작품은 가슴을 울리며 사랑의 대상이 되는 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세상과 이 세상을 사는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한 작가(프리모 레비, 알퐁스 도데, 가브리엘 마르케스, 엔도 슈사쿠, 알베르 카뮈 등)들과 그 작가가 창조해낸 문학작품 속 분신들을 탐구하는 문학철학 에세이이다. 저자는 여러 작가들과 그 분신들을 통해 인간의 고뇌를 읽고 그것을 장자적 입장에서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인간에 대해 이해를 넓혀간다.

저자는 이들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그 작품 속의 고뇌하는 인간과의 만남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것이 독자로서의 저자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차분히 돌아보면서 장자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무진 풀어낸다.

이 책에는 ‘글을 읽고, 글쓴이를 읽고, 독자인 자기 자신을 읽는’ 삼독(三讀)의 깊고 풍요로운 사색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독은 위대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을 읽어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우연한 계기로 만난 고결한 작가 프리모 레비, 그리고 선배에게서 선물 받은 책으로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알퐁스 도데, 워낙 유명했던 탓에 보르헤스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가브리엘 마르케스, 존경하고 사랑하는 작가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다가 만나게 된 엔도 슈사쿠, 그리고 난해한 서양현대철학에 대해 느끼던 답답함을 해소해준 알베르 카뮈와 그들의 작품들을 다룬다.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들의 삶과 그 작품 속의 배경이 되거나 계기가 되는 작가 개인과 작품 속 인간의 삶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하듯, 그 소중한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2독은 위대한 작가와 작품 속 고뇌하는 인간을 철학의 눈과 문학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장자철학을 위시해 불교철학, 에픽테토스, 스피노자,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보르헤스, 미셀 푸코, 비트겐슈타인, 조셉 캠벨, 레비스트로스, 마르셀 모스, 안토니오 그람시 등이 제시하는 개념과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작품 속 이야기와 인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낸다.

저자가 작품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탐색해 나가는 데에는 비단 철학적 사유만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시적 감성,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의한 이해까지 더해진다.

3독은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저자 자신의 삶을 읽어낸다. 저자는 이 다섯 명의 작가와 작품들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백한다. 어느 길 하나 쉬운 것은 없다고, 쉽지 않으니 우리는 고뇌해야 하고 고뇌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작가와 작품 속 인물,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줬으면 하는 바람을 밝힌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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