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걸은 지령이라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 같은 큰 인물은 생가 하나만 좋다고 배출되지 않는다. 선영에서 그 근원을 찾고자 하였다. 선영은 하의도 선착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신안군 하의면 대리 산40에 위치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지도로 검색하면 벼락바위라고 쓰여 진 곳이다. 마치 초승달처럼 생긴 해발 20m 내외의 야트막한 산이다. 이곳 선영에는 하의도로 처음 들어 온 김해김씨 입도조(入島祖)부터 차례로 묘를 써 놓았다. 대개의 선영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세대에 맞추어 묘를 쓴다. 그러나 이곳은 산이 낮아 좌측부터 우측으로 높이를 나란히 하면서 묘를 썼다. 약 20여 기가 넘는 묘들이 있는데, 그 중앙에 김대중 대통령의 고조모 묘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자서전에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만 했을 뿐 조상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비문을 보면서 세대를 역추적하니 아버지는 김운식(金雲植), 조부는 김제호(金濟浩), 증조는 김태현(金台鉉), 고조는 김겸선(金兼善), 현조(5대조)는 가선대부(嘉善大夫) 품계를 가진 김익조(金益祚)였다. 세대에 맞추어 순서대로 묘를 써온 것인데 4대 고조모 묘가 정혈에 입지하게 된 것이다. 비석에는 ‘통훈대부 김해김공겸선지계실 종산김씨묘명(通訓大夫金海金公兼善之繼室宗山金氏墓銘)’으로 적혀있다. 김해김씨 김겸선의 두 번째 부인 종산김씨 묘란 뜻이다. 계실이란 첩이 아니고 첫 부인과 사별 후 두 번째로 얻은 정실부인이다. 첩은 선영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이 당시 법도였다.

이곳까지 이어진 용맥(산맥)은 육지의 무안 승달산에서 부터 바다를 건너와 하의도의 주산인 망매산(150m)를 세웠다. 그리고 북진하여 대리마을 뒷산을 만들고, 여기서 동쪽으로 뻗은 맥이 평지로 내려온다. 평지를 구불구불하게 행룡하는 모습이 느려 보이지만 기세는 강하다. 용맥이 끝자락에 와서는 초승달 모양의 야트막한 구릉을 만들고 앞의 바다를 바라보며 멈추었다. 묘역 중심에 김대중 대통령 고조모 묘가 있기 때문에 좌우로 굽은 능선은 내청룡과 내백호가 된다. 특이한 것은 맥이 두 군데서 나와 고조모 묘 뒤 입수도도에서 합쳐지고 있었다. 이는 흔치 않은 괴교혈로서 양룡합기혈(兩龍合氣穴)에 해당한다. 두 개의 용맥이 하나로 합해진 만큼 역량이 커서 대혈을 맺는다. 김대중 대통령이 75세라는 늦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것이나, 김종필·박태준과 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나, 이곳 용맥과 관련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섬들은 모두 이곳을 향해 둘러 감싸고 있다. 뒤로는 능산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섬들이 기치창검을 들고 호위하듯 도열해 있다. 앞에는 여의주처럼 생긴 작은 봉우리가 안산 역할을 하고, 상태도·하태도 등 다도해의 섬들이 모두 이곳을 향해 있다. 좌측과 우측의 섬들은 외청룡·외백호가 되어 바다를 감싸주며 큰 보국을 형성하였다. 바다 물이 빠져나가는 수구가 막혀 있어 육지와 똑같은 보국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섬들의 모습도 일자문성, 천마사, 귀인봉 등 온갖 귀한 산들이 즐비하다.

혈장 아래 묘역 입구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이를 지당수(池塘水)라고 하는데 혈장 양쪽의 물이 합수되어 생긴 것이다. 지당수가 맑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면 대혈의 증거가 된다. 묘 앞의 명당은 염전으로 평탄하고 원만하다. 방조제를 쌓기 전까지는 바닷물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들어왔다 나갔다 했던 곳이다. 이러한 명당을 조진명당(朝進明堂)이라고 하며 극품의 인물(왕)을 배출한다고 풍수고전은 설명하고 있다. 형국은 하의도란 이름처럼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인 연화부수형이다. 좌향은 임좌병향(壬坐丙向)이다.

종남마을 뒤쪽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 산337번지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조부모 묘가 있다. 비석에는 ‘통훈대부 김제호공지묘(通訓大夫金濟浩公之墓)’라고 적혀있다. 묘 앞의 안산은 좋은데 용맥이 허약하고 그나마 비껴간 곳에 위치한다. 아버지와 큰어머니가 묻혀있었던 묘소는 조부 묘 뒷산 너머에 있었는데 맥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 묘를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묘봉리로 이장하였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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