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유한국당의 탈당 물꼬가 트였다. 서청원(8선·경기 화성갑) 의원이 어제 탈당했다. 서 의원의 정치권 무게를 감안해도 늦었지만 그래도 탈당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지 오래다. 서 의원은 “오늘 오랫동안 몸담고 마음을 다한 당을 떠난다”며 “당이 해체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젠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는 말로 탈당의 변을 대신했다. 알다시피 이러한 서 의원은 현재 국회 최다선 의원이다. 그리고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와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그 폭을 넓혀온 바 있다. 물론 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여권 주류인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하면서 별 연고도 없는 경기도 화성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고민과 결정을 짐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미 기울어진 자유한국당 내의 내홍이 그렇고 점입가경으로 당내 권력싸움도 여기서 멀지않다. 서 의원에 말대로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왔는데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는 말 자체가 고뇌의 결과물로 여겨진다. 어쩌면 위기라서 떠나기보다 떠날 때를 맞춰 그만두는 것으로도 보이는 이유다. 서 의원 말대로 지금 자유한국당은 위기다. 물론 언제는 위기가 아니었나 싶지만, 위기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거듭된 실수로 결국 국민의 마지막 심판을 받았다는 변도 맞는다. 물론 떠나는 그의 마지막 말에는 의미심장함도 배어있다.

무기력하게 폐허에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국가는 계속 살아야 하고, 국민은 오늘도 어김없이 살림을 해야 하고, 보수정당도 다시 살려내야 한다”며 “건강한 보수정당은 나라의 기둥이고, 국민의 기댈 언덕이다. 그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에야말로 건강하게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보수의 입장에서만 들을 얘기도 아니다. 이미 정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지 오래다. 이번 지방선거로 인해 온통 푸른색으로 보수는 시퍼렇게 멍들었다. 그렇다고 자라나는 새싹이 엿보이지도 않는다. 서 의원의 걱정대로 보수가 살기란 길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중진의 그것처럼 실종된 정치의 복원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사를 엿보면 정치는 늘 돌고 돌았다. 천막당사에서 집권으로 탄핵정국에서 다시 판을 갈아엎은 정당들이 그렇다. 다시말해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결과물은 하룻밤에 불과했다. 정보력의 보편화가 만든 유권자들의 냉정함이다. 하지만 서 의원의 말처럼 매일 정치안에 도사린 오만과 독선만을 탓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정당의 가치를 지키지 못해 빗어진 일은 우리 정당사에도 수두룩하다. 이제 가깝게는 화성시민이 멀게는 국민들이 그의 사과를 받고 있다. 그 외 서 의원에 정치에 대한 걱정은 많았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그리고 나머지는 후배들에게 맡기시라. 자신의 말처럼 그 후배들은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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