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야죠! 이겨야 할매들 분이 안풀리겠습니까?”

1998년 4월 27일,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원고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에 각각 30만 엔씩 모두 90만 엔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피고인 정부 측에 명령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 청구에 대한 요청은 인정하지 않았으며, 근로정신대 원고인 7명의 청구에 대한 소송은 기각됐다. 1심 일부 승소판결 이후 재판부는 경질됐고 일본 정부는 즉각 항소했다. 이후 5년에 걸친 항소, 상고 끝에 2003년 최고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판결이 뒤집혔다. 그리고 2017년 4월 4일, 관부 재판에 참여했던 마지막 원고 이순덕 할머니가 사망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을 발칵 뒤집은 관부 재판 실화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서 재판을 이끈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다.

관부 재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을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룬 재판이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 속에서 잊혀져 왔다. 1990년대 후반 당시 동남아 11개국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재판 소송 중이었으나 유일하게 관부 재판만이 일부 승소를 거두고 국가적 배상을 최초로 인정 받았던 귀중한 재판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관부 재판이라는 역사적으로 귀중한 실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상세한 과정과 그 속에 숨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담아내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재판 당시 원고단을 지원했던 후쿠오카 후원회는 6년에 걸친 재판 과정을 담은 소식지를 발행하고 일본 내에 배포해 재판의 정당성과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김문숙 단장은 재판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기록한 ‘관부 재판의 기록’을 발간해 역사적 진실을 묻히지 않도록 했다. 제작진은 이 일어로 된 소식지 전부를 확보해 번역했으며, 관부 재판의 기록물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의 진실을 찾아가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기록물 등에는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뱃값과 식비 영수증을 비롯해, 재판장으로 이동하는 차에서 벌어진 에피소드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민규동 감독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시나리오를 더욱 풍부하게 재구성할 수 있었다.

허스토리에는 김희애부터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그리고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등 연기내공 도합 200년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배우들이 총 출연해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특히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허스토리는 상영 당시 객석을 가득 메워 전세계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중화권 관계자들의 눈물을 자아내며 아낌없는 극찬을 받는 등 영화를 향한 전세계의 뜨거운 호응을 실감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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