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여전히 무섭지만…독일전, 죽기 살기로 해야죠"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전이 손흥민의 만회골에도 한국의 1-2 패배로 끝난 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꾹꾹 참던 눈물을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눈이 부은 채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온 손흥민은 팬·동료들을 향한 미안함과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결과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면서도 "제가 많이 미안하다. 초반에 찬스 왔을 때 공격수 입장에서 잘해줬어야 했다. 우리가 강팀이 아닌 이상 찬스 왔을 때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주)세종이형, (문)선민이, (이)승우, (황)희찬이 등 월드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며 "너무 잘해줘서 팀원으로서 많이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후반 추가시간 원더골로 1점을 만회해 낸 손흥민은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주저앉지 않고 그라운드를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선수들은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서로를 다독였다.
손흥민은 "(기)성용이 형이 중앙으로 모여서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해줬고 나도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우린 정말 노력했으니 고개 들자고 그런 말을 많이 했다"며 "팬들에게도 감사했다. 힘들게 경기한 만큼 선수들 다 안아주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힘겹게 참았지만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안 울려고 노력했다.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고 위로해줘야 하는 위치라 내가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인터뷰할 때 국민한테 죄송하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고 조금만 더 했다면 좋은 모습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내가 어릴 때 그만큼 잘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성용이 형한테는 많이 죄송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성용이 형이 지고 있는 짐을 나눠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못 해줬다"고 말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선 선수들을 봤을 땐 미안함이 커져서 눈물이 또 쏟아졌다.
그는 "대통령님께서 많이 위로해주시고 선수들 잘했다고, 다음 경기 잘하자고 말씀해주셨다"며 "선수들도 조금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첫 스웨덴전 패배에 빌미를 제공했다며 비난의 중심에 선 장현수, 김민우 등 수비수들이 이번 경기에서 또다시 실수해 비난에 시달리게 된 것에 대해서도 손흥민은 미안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손흥민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선수들 입장에선 당연히 잘해보려다 보니 실수도 나오고 그런 것 같다"며 "(장)현수 형 같은 경우도 그게 또 현수 형이었다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수 형도 몸을 날리다 보니 리스크를 감당하게 된 것"이라며 "현수 형이나 (김)영권이 형, (김)민우 형 등 수비수들 고맙고 아직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 손흥민은 월드컵에 오기 전 "월드컵은 정말 무서운 무대"라는 말을 자주 했다.
두 경기를 치른 지금 손흥민은 "아직도 무섭다"며 "진짜 잘 준비해도 부족한 게 월드컵 무대다. 아직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되게 많이 느꼈다. 4년 후에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지만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아직도 겁이 난다"고 고백했다.
무서운 무대이고, 아쉬움도 실망감도 크지만 월드컵이 아직 끝나진 않았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실망하고 기도 죽고 자신감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나라를 위해 해야죠.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죽기 살기로 해야죠"라며 독일전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그는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해야 할 것 같다"며 "16강 가고 못 가고 떠나서 마지막 경기에 선수들이 잘 임해주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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