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자체회비 횡령 의혹, 전 회장 혼자 관리 액수몰라… 남편 명의 통장으로 이체도
식비 등 후결제 제도도 문제… 수원시 "영수증 연말제출 확인불가"

정부나 지방정부 등이 주민들에게 지원하는 보조금 및 지원금이 불투명하게 집행된다는 지적이다. 감시의 눈을 피해 횡령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한다는 것. 이에 보조금 및 지원금의 쓰임과 실태를 짚어본다.


1 ‘돌려막기’ 달인, 수원서부녹색어머니회

수원시 서부녹색어머니연합회가 지난해 7월께 시에서 내주는 보조금과 관련해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6년여 동안 회장을 맡아온 A씨가 시가 매년 체크카드로 지급하는 1천500만 원가량의 보조금과 일일 찻집 등을 통해 마련한 자체 회비를 관리하면서 허위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해 빼돌렸다는 것.

시가 후(後)결제를 해 주는 식비(700만 원)와 관련해서도 지출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와 녹색어머니회원들에 따르면 문제가 불거진 때는 지난해 초 새 간부들이 연합회 활동을 시작하면서다. 시에 청렴서약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간부들에게 도장을 내줄 것을 요구하는 A씨를 수상히 여긴 것.

이에 A씨에게 보조금과 회비 지출내역 등을 공개할 것을 건의했으나 A씨가 묵살하는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관련 지출내역이 알려졌다.

A씨는 회장을 맡은 뒤 녹색어머니회 옷 등을 구입하거나 초교에 장학금을 지급한 것처럼 보조금 통장과 영수증, 연합회 간부들의 도장을 위조, 시에 보조금 집행내역을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연합회 이름으로 서너 개의 통장을 발급,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인터넷뱅킹을 통해 수시로 남편 명의의 통장으로 이체했다. 특히 한 통장에서는 범칙금으로 짐작되는 4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사법기관으로 이체됐다.

식비의 경우, 당시 연합회가 거래한 몇몇 식당의 외상값이 수백만 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6년여 동안 보조금 및 회비 관리를 A씨가 혼자 전담했기에 빼돌린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게 녹색어머니회원들의 주장이다.

당시 A씨는 횡령 의혹은 고사하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식당 외상값 중 200만 원만 변상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A씨는 “지난해부터 없어졌지만, 300만~400만 원에 이르는 자부담이 있어야 보조금을 탈 수 있는 구조였다”면서 “때문에 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 돌려막기 수법으로 미리 사비를 들여 결제한 금액을 빼내거나 남편 통장으로 이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범칙금 이체나 한도를 초과한 식당 외상값 등은 오해를 살 만하지만 결코 보조금이나 회비를 단 한 푼도 사적으로 유용한 바 없다”면서 “보조금 횡령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각 학교 회장단들이 물품을 받고도 문제가 커질까봐 쉬쉬하면서 나만 억울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는 “영수증을 내는 시점이 보조금 사용내역을 최종 결산하는 연말에 한꺼번에 제출되기 때문에 보조금 집행 내역과 맞는지 현실적으로 모두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시가 비위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금미·백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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