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판사들에 대한 사찰문제로,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독립 문제로 복잡한 상황이다. 복잡한 속내는 어떻든 그들이 국민들 앞에서 하는 주장은 국민을 위한 사법, 국민을 위한 검찰과 경찰이 되겠다는 것이다. 늘 그래왔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 그리고 경찰이 국민을 두려워했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사법권과 검찰, 경찰권을 행사해 왔다면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 수단이 되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각 조직에 대한 극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면 국민들은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게 된다. 사법권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자의 편에 서게 되면 약하고 돈 없는 국민들은 사법절차에 따른 구제를 원하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폭력과 불신이 커지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먼저 사법부의 엘리트의식, 말로는 국민을 말하고 머리로는 조직의 안위나 법관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사적 욕심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사법권 독립이라는 것은 제도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법관 개개인의 양심에 달려 있다. 사법권이 정치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국민으로부터 독립되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차피 사법권도 헌법에 따라 국민에 의해 주어진 일부 권력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왜 사법권이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되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법관은 임기가 6년으로, 미국의 종신, 영국·캐나다의 임기 없는 75세 만기, 독일의 임기 없는 65세 만기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너무 짧다. 또한 하급심 판사들 또한 10년마다 재임용 절차를 거치다 보니, 정치권과 사법행정기관으로서는 재임용이라는 약한 고리를 활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헌법 개정 과정에서 판사들의 임기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여전히 사법부 스스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몰래 카메라를 찍다 현행범으로 잡히는 등의 비도덕적인 판사가 없어야 한다. 임기를 보장받는 반대급부로 부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판사를 퇴출시키는 탄핵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사법부 스스로 엄격한 자정절차를 갖추고 시행해야 한다.

사법부의 조직, 재정적 독립성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기관의 독립이라는 것이 인사와 재정의 독립을 기본으로 하는데, 새로운 법원의 설립이나 판사 증원 등에 대해 행정부인 대통령과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야 국민의 대표로부터 예산에 대한 통제를 받는 것이니 당연하다 하더라도 행정부의 통제가 더 강한 상황이라면 제도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논리를 들어보면 양쪽 다 국민의 마음을 모르는 듯하다. 국민들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모두 불신의 대상이다. 권력기관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어차피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쳐도, 검찰이 공정하다거나 경찰이 국민을 위한 조직이라고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찰은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소수의 정치경찰과 인권침해경찰이 국민들에게 주는 인상은 경찰이라는 조직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과거 우리의 역사를 보면 경찰권의 행사가 얼마나 국민들의 분노를 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만 해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비대한 경찰이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면 그야말로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 씨앗을 먼저 제거하지 않고 수사권독립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처럼 일선에서 국민과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대국민적 사고는 적지만, 스폰서 검사니 벤츠 검사니 하는 법조비리 사건은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조직은 내 식구를 감쌌고 누구도 사실상 검찰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했고, 유사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검찰은 반대해 왔다.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권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진 상황에서 국민들이 기댈 곳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법이다. 법원은 법원대로, 검찰과 경찰은 경찰대로 스스로 개혁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당성 없는 엘리트 의식은 독재와 같다. 위험한 거대 조직의 탄생은 막아야 한다. 막강한 권력이라면 스스로에 대한 견제장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류권홍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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