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넣어둬, 마음은 다를 테니까

토마 당상부르│두시의나무│152페이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살까?’ ‘어떻게 본연의 나를 포기하지 않고 남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로 존재하기’보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교육받아온 우리로선, 진짜 자기 모습을 유지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기란 어렵기만 하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일보다 우리 자신을 은폐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글쓴이 자신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고 고백하듯이, 이 책에는 가정이나 학교, 직장에서 거절 대신 ‘예스’로 답하고, 우리의 에너지의 50%는 남을 기쁘게 하는데, 또 나머지 50%는 남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쓰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타인들의 기대에 지나치게 부응하며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본연의 자신을 쪼그라뜨리고있는 듯한 기분이다.

자기의 마음도 모르면서 타인에게는 친절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평소 본인이 뭐든 잘해야 하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결국은 지나칠 정도로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진 않은가. 이 책은 이런 삶의 태도를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 즉 자기 존재, 자신의 한계와 리듬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시선에 기대어 자신을 판단하고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만을 고려해 자신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바를 스스로 차단하다 보면, 그로써 조만간 폭력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갈등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의 항상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바라는 것, 더 기분 좋게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자기가 기대하는 바를 뚜렷한 제안으로 옮기고 협상을 도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욕구와 느낌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의 욕구와 느낌을 무시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라고 이야기한다.

오늘날 자기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거절하기 힘든 타인의 요청 앞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는 법, 자존감을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 두는 법, 타인과 다른 자기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등 타인에게는 친절하고 자신에게는 거짓말하는 삶이 지겨운 이들을 위한 건실한 조언이 가득하다.

나, 타인, 인생과의 관계를 동시에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은 페이지마다 중요한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어 천천히 구절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즐거움이 있다. 읽을 때마다 내용의 무게감이 다르게 전해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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