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창비│356페이지



2014년 출간한 첫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신동엽문학상을,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이듬해 ‘체스의 모든 것’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기대주로 떠오른 소설가 김금희의 첫번째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이 출간됐다.

이 책은 2017년 봄부터 겨울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하며 문단의 호평과 독자의 기대를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사건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같은 사고 현장에서 단 한명의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수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모른 채 ‘반도미싱’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며 시작되는 이 소설에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켜켜이 담겨 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경애의 마음’은 한가지 독법으로 해석할 수 없을 만큼 다층적으로 읽히는 수작이다.

연인과 이별하고 씻는 일조차 할 수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진 경애가 그 잔인했던 여름 내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연애를 상담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상한 솔루션을 답신으로 보내주곤 했던 연애상담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 ‘언니’를 경애는 몇년 뒤 회사에서 만나게 된다. 반도미싱 영업부의 팀원 없는 팀장대리로, 낙하산이라는 오욕을 견디는 상수는 퇴근 뒤 밤에는 ‘언니’라는 이름으로 이중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게 된 경애와 상수 사이에는 사실 그들도 모르는 연결고리가 또 하나 숨겨져 있었다.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에서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경애는 동시에 그 사고의 생존자이기도 했다. 그 연결고리를 알지 못한 채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점점 더 특별한 애틋함으로 다가가게 된다.

어릴 적 겪은 사고, 부모의 이른 죽음, 회사에서 당하는 냉대, 연인과의 이별 등으로 어딘가 한구석이 부스러진 채 살아왔다면 둘은 서로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경애(敬愛)’의 마음을 배워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져간다.

일견 두 사람의 연애서사로 읽히기도 하는 ‘경애의 마음’은 한가지 독법으로 읽기에는 소재가 다양하고 의미가 풍부해 자칫하면 이 작품에 산재한 많은 키워드를 놓칠 수 있다. 경애가 반도미싱의 부당함에 맞서 벌이는 파업과 그 파업에 가담했던 다른 동료들, 특히 ‘조 선생’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노동의 윤리와 그에 실린 목소리는 묵직한 감동을 준다.

섬세한 표현과 매력적인 캐릭터, 장편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 곁에 두고 천천히 아껴 읽고 싶은 문장이 가득해 우리의 마음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것과 같은 다정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에 앞으로의 삶을 좀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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