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는 뜻이다. 말하고자 하는 중심에서 멀어지거나 애매한 예술작품의 제목을 억지로 붙일 때 역시 이 부재는 등장한다. 물론 지금부터 얘기는 전자에 해당하며 꼭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전제를 조건으로 한다.

# 장면 1

한국 축구 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네이비색 정장, 흰색 와이셔츠로 옷차림을 통일한 대표팀의 모습이 보이자 공항 안은 팬들의 환호성으로 마비됐다. 알다시피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1승 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단 한방으로 모든 분위기는 역전했다. 세계축구 1위인 독일을 2대 0으로 꺾는 이변이었다. 생각해 볼 때 앞서 치러진 스웨덴전이나 멕시코전에서 잇따라 패배해 많은 숙제를 남겼어도 독일전 그것 하나로 묻어가 대표팀 감독이나 선수들 표정마저 과거 귀국 4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더구나 2골을 기록해 라커룸에서 대통령이 찾은 손흥민의 인기는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그 환호성 뒤 계란이 날아왔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도 당장 독일팀을 이겼다고 취할 때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단 한 번의 승리에 흥건히 젖어 실패한 대회라도 충분히 자위하고 있었다. 대표팀 신 감독 역시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가지며 “밤늦은 시간 국민 여러분이 열심히 응원했기 때문에 단 1%의 기적을, 투혼을 발휘해서 만들지 않았나 싶다”며 살짝 국민들의 기분에 맞춰 얘기를 틀었다. 물론 신 감독 얘기대로 16강에 진출해 7월에 꼭 돌아오겠다는 그림은 축 처진 독일의 전리품 하나로 충분해 보였다. 여기에 협회 예산을 세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못 지킨 정몽규 대한축구 협회장 역시 좋은 경기를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 하나로 협회의 무능함을 대신했다.

물론 환영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 회장이 발언하는 순간, 그리고 손흥민이 인터뷰하는 그때에도 계란이 날아들었다. 지휘부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들은 정몽규와 신태용을 찾았다. 그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대표팀이 이변에도 당장 해야 할 숙제에 대한 부담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의 부재(不在)도 스쳐갔다. 있으나 마나한 사람들... 오히려 있으면서 부담만 주는 사람들이라면 이 참에 기회도 좋은데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예능으로 더 인정받는 듯 보이지만 나름 냉정한 올드보이 안정환 역시 일갈한다. “냉정하게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진실의 부재(不在)-


# 장면 2

극한 여름은 아니라도 이 시기면 나는 유튜브 안 용평 골드를 찾는다. 적막하고 깜깜한 스키장 야간 타임, 화면 전체에 가득찬 은빛 설원(雪原), 보더 수십 명 만이 조용히 늘 똑같이 미끄러지고 있다. 올해 1월쯤이겠다. 낮 시간대의 혼잡함과 줄까지 서야 하는 짜증에 선호하는 야간 타임이다. 하지만 그 추웠던 올해 겨울 용평스키장은 5년 전 그것과 극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젊은 인구가 줄어서겠지, 귀차니즘에 영맨들이 리조트 방 한구석에 술독에 빠져서겠지, 모두 비슷한 변명이지만 실상 꺼져가는 경제 전방에 내용은 오버랩 된다. 사실상 스키장 등 전국의 리조트는 미리부터 갈 길을 잃고 있다. 지금에 와서 주 52시간을 얘기하고 있어도 진작부터 우리 경제는 일본의 그것을 뒤쫓고 있었다. 고령화에 따른 내수 시장 축소에서라도 국내 스키장 파산은 일본의 골프장, 그것처럼 긴 목을 내 밀고 있다.

그러니까 얘기는 모두 국내 경제에 달려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 제안에 따라 청와대 회의실 탁자위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머그컵 사진과 조국 민정수석의 텀블러 사진이 보이고 있다. 기민하다. 그리고 정말 국민들 속을 꿰뚫어 볼 줄 안다. 지지율 올리고 지방선거 이기는데 부족함 없다. 이제는 보수조차 한 마디씩 거든다. “경제만 잘 하면 누가 뭐래나. 먹고 사는 것만 풀어내면 누가 청와대 안에 있다한들...” 이 얘기를 정녕 청와대만 못 듣고 있단 말인가. 이미 언론은 벌써부터 내수 소비가 줄어드는 품목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걱정이다. 이런 경제 경고음 소식을 기로에 선 정부나 문 대통령이 못들을 수 없다. 먹고 마시고 서비스 받는 것도 줄이는 국민들이다. 해서 지금 우리는 1990년대 일본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단다. 고령화와 함께 진행되는 소비 위축에서다. 이 판에 소득주도 성장이니 혁신성장이니 하는 매끈한 용어가 국민들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그 무서운 가난 아닌가. 부재가 만들 앞으로의 얘기다. -경제의 부재(不在)-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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