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에 대비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우리들이 어려서부터 숱하게 보고 들어 왔던 말이다. 근면, 성실해야 한다는 의미리라. 근면과 성실은 산업화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최고의 덕목이었을 것이다.

이를 대변하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문화인, ‘장시간 노동’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52시간으로, OECD 국가중 두번째로 길다. OECD평균(1천707시간)보다는 345시간이나 많이 일한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덕분에 우리는 GDP기준으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자동차·철강·반도체·산업 등을 중심으로 근면과 성실로 선도국가들을 빠르게 추격하는 방식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기업인 ‘샤오미’의 가전제품이 국산 가전제품을 추월할 위험이 있다는 언론기사를 종종 볼 수 있듯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으며, 언제 추월당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폐해는 엄청나다.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훼손은 물론,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 기업경쟁력 약화 등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증감논쟁과 관련하여 ‘러다이트운동’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영국의 직물 노동자들이 공장에 불을 지르고 기계를 파괴한 사건으로 ‘기계파괴운동’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1811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 인류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있어서도 우리의 이같은 장시간 노동·근면·성실의 미덕은 여전히 유효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양태에 대해서는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근면과 성실이 필요했던 노동의 개념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인간은 일과 놀이를 순환시켜 놀이와 문화가 최대의 산업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와 같은 사고방식, 행태, 노동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장시간 노동, 근면, 성실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 일과 생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만성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휴식을 주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자기계발과 여가를 줘 노동자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일자리의 증가(13만7천 명~17만8천 명, 2017년 KLI), 노동생산성의 향상(주40시간근무제 도입후 1인당 노동생산성이 1.5% 상승, 2017년 KDI), 산업재해의 감소(노동시간 1% 감소시 재해율 3.7%)도 같이 따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과감히 제안한다. ‘내일 해도 되는 일은 굳이 오늘하지 말고 내일로 미루자’고, 꽤나 도발적이게 들릴 것이다. 과감한 태도, 정신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말이다. 개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남으로써 휴식 또는 자기 발전에 기여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지고 또 그것이 개인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긍정적인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내일로 일을 미루는 것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초석이 될 지도 모른다.

이덕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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