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정보홍수시대 아니 뉴스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힘이 많이 빠졌다고 하지만 기존 언론사들 중에 문 닫았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거의 없다. 도리어 이들 언론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뉴스가 소외받지 않으려고 이런 저런 매체들에 더 악착같이 쏟아내고 있는 느낌이다. 이 뿐 아니다. 누구나 손쉽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터넷과 SNS에서는 언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접한 ‘무슨 무슨 방송, 무슨 무슨 신문’이라는 간판을 버젓이 붙이고 뉴스인지 찌라시인지 모를 것들을 마구 퍼트리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포털들은 사람들이 많이 보고 많이 좋아하는 뉴스를 초기 화면 중앙에 버젓이 위치시키고 있다.

그런데 포털이 정한 주요 뉴스들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나마 전통적인 언론사들이 지니고 있던―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권위나 전통 같은 뉴스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조차 없어졌다. 더구나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들은 사실상 어떤 내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시스템조차 없어 뉴스의 진위조차 의문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 인터넷 포털 아니 사람들이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네티즌들의 클릭수와 좋아요 숫자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은 심각한 정치·경제 이야기가 아니고 연예인 사생활 같은 흥밋거리들인 경우가 훨씬 많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인간적 흥미(human interest)가 지배하는 셈이다. 솔직히 지금처럼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이렇게 시시콜콜 많이 보고 또 알고 산 적이 있는가 싶다.

그런데 이렇게 흥밋거리로 도배된 뉴스 천국의 진짜 병폐는 다른데 있다. 엄청나게 다양한 뉴스들이 나돌아 다니지만 실제로는 절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허구의 다양성’일 뿐이다. 수천 명의 연예인들에 관한 기사들을 얼핏보면 엄청 다양한 것 같지만, 결국은 재밋거리라는 한 종류의 뉴스들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비키니 여배우와 핫팬츠를 입은 걸그룹 각선미에 경제상황은 어떤지 정치인들은 뭘하고 있는지 묻혀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모든 언론들은 이른바 우리 언론의 고질적 병폐로 비판받아 온 ‘떼거리 저널리즘’ ‘소방차 저널리즘’ 원칙에 더욱 충실할 수밖에 없다. ‘특종은 못해도 낙종은 안된다’는 오래된 언론계 격언이 더욱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를 상업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문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인터넷 포털의 뉴스 제공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이나 SNS는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한다. 물론 법적으로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포털뉴스도 규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인터넷 언론의 선정성과 무책임성을 공격하는 기존 언론사들 역시 그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과연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많이 본 기사, 팝업으로 뜨는 선정적인 광고 등을 보면 그냥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경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 등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사회 안전판(social safeguard)이 없는 이상적인 정책들이 얼마나 큰 후유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거기에다 지난 30년간 지구촌을 지배해왔던 무역개방기조가 강대국들의 자국이기주의에 밀려 퇴출되고 있는 분위기다. 알바자리에서 쫓겨난 청년들 사이에 ‘이제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쓴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

그렇다면 통신이라는 우산아래 비겁하게 숨어있는 인터넷 포털만 탓할 게 아니라 이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의제설정(agenda setting) 조차 포기하고 있는 기존 언론들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도 구분하기 힘든 뉴스 홍수시대에 살면서 진짜 알아야 될 중요한 세상일은 모르고 사는 지금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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