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평윤씨 중시조인 윤관(?~1111년) 장군 묘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분수리 산4-1(혜음로 930)에 위치해 있다. 파평윤씨는 고려 왕건을 도와 삼한벽상공신이 된 윤신달을 시조로 하며, 그의 5대손이 윤관 장군이다. 윤관은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고려 문종 때 문과에 급제하였고, 숙종 9년(1104년) 국경을 침범하는 여진정벌에 나섰다. 여진은 만주일대에 거주하는 부족으로 일찍부터 고구려와 발해의 구성원이었다. 발해가 멸망하자 각자 흩어져 부족생활을 했다. 고려가 건국하자 일부는 고구려를 이은 부모의 나라로 섬기면서 조공을 받쳤다. 그러던 중 12세기 초 완안부의 추장 아구다가 부족을 통합하면서 세력을 확장하자 고려와 국경 충돌이 자주 일어났다.

윤관의 첫 출병은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여진의 강한 기병 때문이다. 간신히 철수에 성공한 윤관은 기병인 신기군, 보병인 신보군, 승려부대인 항마군으로 구성된 별무반이라는 특수부대를 창설했다. 3년 동안 훈련시킨 후 예종 2년(1107년) 대원수가 되어 17만 대군을 이끌고 다시 정벌에 나섰다. 마침내 여진의 전략거점 135개를 점령하고, 그곳에 성을 쌓아 고려 영토로 확정하였다. 이렇게 축조한 성이 아홉 개인데 이를 동북9성이라고 한다. 동북9성의 위치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두만강 위 700리 까지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개척한 땅이 너무 넓고 거리가 멀어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고려 조정은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점령 2년만인 1109년 여진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리고는 명분 없는 전쟁으로 국력을 탕진했다는 이유로 윤관의 관직과 공신호를 삭탈하였다. 윤관을 아꼈던 예종이 다시 문하시중 판병부사를 제수했으나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1111년 사망하였다. 한편 여진 추장 아구다는 동북9성을 발판으로 세력을 크게 확장하였다. 1114년 거란의 요나라를 격파하고 회령(하얼빈)에 도읍을 정하고 금을 건국하였다.

윤관 장군 묘역 입구에서 바라보면 뒤의 현무봉이 마치 장군이 정좌한 것처럼 위엄 있어 보인다. 좌우에는 좌천을 우태을로 부르는 봉우리가 현무봉을 호위하듯 서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운이 느껴진다. 묘역에서 용맥을 살피기 위해 뒷산을 오르면 용맥(산능선)이 지현자(之玄字)으로 계속 굴곡하면서 변화가 활발하다. 용맥의 변화하는 마디를 절이라고 하는데, 묘에서 현무봉 정상까지 36절룡이라고 한다. 1절을 1대로 보는데 1대가 25~30년이니, ‘파평윤씨 천년발복지지’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곳의 태조산은 한남정맥 호명산과 도봉산 사이에 있는 꾀꼬리봉이다. 앵무봉(621.8m)과 계명산(560m)은 중조산이고, 박달산(363m)은 소조산이다. 박달산에서 현무봉까지 이어진 산맥은 마치 기치창검을 높이 들고 백만대군이 행진하는 모습이다. 현무봉에서 묘지까지 내려오는 맥을 입수룡이라고 한다. 입수룡의 끝자락에 기를 모으기 위한 방법에는 결인속기법, 좌우선룡법, 태식잉육법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중 윤관 장군 묘역은 결인속기법에 해당된다. 묘 바로 뒤가 잘록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잘록한 부분을 결인이라고 하는데 목을 묶었다는 뜻이다. 목을 묶으면 그 아래에 기가 모이게 되는데 이를 속기라고 한다. 역도 선수들이 벨트로 허리를 잘록하게 묶으면 상체로 기운이 모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묘역은 좌청룡과 우백호가 잘 감싸고 있으며, 정면에는 북처럼 생긴 안산이 둥그렇게 있다. 그 뒤로는 초승달처럼 산이 뒤를 받쳐주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귀인봉, 노적봉, 천마봉, 일자문성 등 귀하게 생긴 산들이 즐비하다. 이곳의 형국은 윤관 장군의 묘답게 장군대좌형으로 보고 싶다, 형국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현무봉은 영락없는 장군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좌우에는 호위 무사가 있고, 안산은 장군이 진퇴를 지휘하는 북, 천마봉은 말, 노적봉은 군량미, 일자문성은 막사에 비유할 수 있다. 윤관 장군의 행장과 묘지의 분위기가 많이 닮았다. 그래서 땅에는 임자가 있는가 보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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