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 식약처가 219개 품목의 고혈압 약에 대한 판매중단 조처를 내렸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고혈압 약 중에 발암물질이 함유된 약품이 있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104개 약품은 금지 조치가 해제돼 최종적으로 115개가 판매 중단됐다. 어쨌든 대부분의 병의원이 문을 닫은 시점에서 나온 식약처의 발표에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식약처 홈페이지는 해당 약품을 확인하기 위해 접속이 폭주하면서 마비될 지경이었다. 판매금지 된 혈압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은 당장 혈압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주말 내내 고민에 빠졌다.

발표 시점에 대한 논란에 식약처는 유럽의약안전청이 발암물질을 확인하고 해당 고혈압 약을 회수하자 하루 점검한 뒤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병의원과 약국은 환자들의 방문과 문의 전화로 대혼란을 빚었다. 해당 고혈압 약을 처방하지 않은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처방한 약이 안전하다는 안내 메시지를 보냈고, 해당 고혈압 약을 주던 병원은 급히 처방을 중단했다. 무려 백여 종이 넘는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지만 의약계나 환자 모두 명확한 세부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은 중국의 제지앙하와이사의 발사르탄이 함유된 고혈압 치료제다. 발사르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해당 회사의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발암 의심물질이 들어갔고 이를 다량 섭취할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압약은 장기간 복용한다는 점에서 이 혈압약을 복용한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수입한 발사르탄 중 이 회사의 원료는 약 2.8%라고 하지만 양이 문제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암이 발병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판매 금지된 혈압약에 발암물질이 얼마나 함유되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문제가 된 고혈압 약에 대해 잔여량 만큼 본인 부담 없이 다른 치료제로 재처방·재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고혈압 환자들이 약에 대한 불신으로 약을 임의로 끊는 일은 없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병의원들도 환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환자들도 불안하고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다니던 병의원을 찾아 재처방을 받아야 한다.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환자 피해와 의료현장의 혼선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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