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원자재가 빈약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해외에서 원자재나 주요 부품을 수입하여 가공·수출하는 가공무역방식을 유지해 왔다.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가공무역방식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가공무역방식에서는 원자재를 수입할 때 관세와 부가가치세와 같은 수입세금을 내야하고, 물류비용과 수출입 통관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또 제품을 수출한 후 세관에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으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인력과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에게는 이러한 행정절차와 부대비용이 더욱 힘겹게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수출용 보세공장제도’이다.

수출용 보세공장제도는 해외에서 수입한 원자재를 사용하여 제품을 가공·수출하는 기업의 세금 문제와 물류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가공무역의 진흥과 국내 제조기업의 수출지원을 위하여 1970년대부터 시행해 온 세관의 대표적인 수출지원제도이다. 보세공장제도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세법 제174조부터 제182조, 제185조부터 제189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반도체, 조선, 기계, 전자, LCD 등 주요산업에서 보세공장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수출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을 보세공장으로 지정받으면 그 공장에 반입하는 수입 원자재에 대해서는 수입세금이 보류되고, 수입통관절차도 거칠 필요가 없다. 법률상 보세공장 자체가 일종의 국외특별무역구역(Foreign Trade Zone)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보세공장에서는 수출물품을 제조·가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리·조립·검사·포장 등 다양한 부대작업도 할 수 있다.

보세공장은 관세법상 외국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관할세관장의 특허가 필요하다. 특허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제조기계·장비, 소방시설, 전기안전시설 및 원재료 보관창고와 같은 작업장 등 시설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보세화물관리를 전담할 인력과 보세화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보세공장 특허기간은 최대 10년까지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보세공장에 반입할 수 있는 물품은 수입 원자재뿐만 아니라 국내 물품도 가능하다. 또한 보세공장 내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연구용 물품도 수입세금을 내지 않고 반입할 수 있다. 아울러 외주 가공을 위해 해외 현지공장이나 국내 다른 보세공장으로 부품과 반제품을 보내서 제조·가공한 후 다시 반입할 수 있다.

보세공장에서 사용되는 수입원자재는 수입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통관절차도 거칠 필요가 없다. 또 보세공장에 공급되는 내국물품에 대해서는 수출로 간주되어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고, 관세 환급도 받을 수 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보세공장은 세관의 관리를 받는다는 점이다. 보세공장에 원자재를 반입하려는 때에는 수입물품이건 내국물품이건 세관에 반입신고를 해야 하고, 원자재를 공장라인에 투입하여 제품을 가공할 때에는 사용신고를 해야 한다. 보세공장에서 해외로 수출하거나 다른 보세공장으로 보내는 때에는 반출신고를 해야 한다. 보세공장에서 제조한 물품 중 일부는 수출하고 일부는 내수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내수용으로 사용하려는 제품은 수입세금을 내고 통관절차를 거치면 된다.

2017년 기준 보세공장을 통한 수출액은 1천768억 불로 전체 수출액의 30.8%를 차지하였다. 우리나라의 수출확대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보세공장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은 전국적으로 166개이고, 수원세관 관내에는 13개 기업에 불과하다. 이마저 대부분 대기업이나 외국인투자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은 이 제도를 거의 활용치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여건상 보세공장제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CEO의 관심과 의지가 미흡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 되는 수출용 보세공장제도, 적극 활용해 보길 권고한다.


김석오 수원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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