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대부분이 아이가 어릴 때는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챙겨주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무뎌지는 단계를 경험합니다. 예컨대 이유식을 먹는 시기에는 혹시라도 몸에 나쁜 것이 하나라도 들어갈까 염려돼 가장 좋은 재료를 골라서 정성껏 만들어주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허용적으로 변하고 아이가 자라면 각종 조미료나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도 먹이게 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엄마가 평생토록 아기를 다루는 마음가짐으로 자식을 보살핀다면 너무나도 고달픈 생활을 해야 합니다. 더욱이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면역력도 갖게 되고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씩 허용 범위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청소년에게 음주와 흡연은 용인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그러나 술과 담배는 경우가 전혀 다릅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백해무익’의 대표주자로 뽑히는 흡연은 척추에 끼치는 피해가 엄청납니다. 한창 성장할 시기의 청소년이 흡연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척추가 급속도로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흡연은 미성년자에게 명백하게 금기돼 있지요.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직접적인 흡연은 물론 부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흡연에 노출되는 학생에게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특히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나오는 생담배 연기는 흡연자가 들이마신 후 내뿜는 연기보다 독성 화학물질이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하면 척추로 가는 혈액공금량이 감소하고 골다공증 위험도 증가하게 됩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은 세포와 장기, 조직이 완전하게 생성되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성인보다 훨씬 큰 위험성을 갖습니다. 척추 퇴행이 시작되면 추간판 내의 압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추간판 탈출의 위험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니코틴은 성장판 혈관을 수축시켜 뼈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고, 뇌세포를 파괴해 학습능력을 저하합니다.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아이에게 흡연이 척추를 망가뜨리고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을 철저히 교육해야 합니다. 더불어 흡연자라면 반드시 초심으로 돌아가 내 아이를 생각해서 금연하시기 바랍니다.


박춘근 수원 윌스기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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