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에 따라 채용규모 변동… 건설업계 특성 고려해야"

정부가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기업 우선낙찰제’를 두고 대한건설협회(건협), 대한전문건설협회(전건협) 등 건설단체들이 반발에 나섰다.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중소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치 않은 처사라는 비판에서다.

앞서 정부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일자리창출 기업 우선낙찰제’를 발표했다.

관급공사 입찰 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일자리 창출 실적이 우수한 기업이 우선적으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따라 건협, 전건협 등은 11일 ‘일자리 창출기업 우선낙찰제 도입추진 철회 탄원’을 발표하고 각 회원업체의 탄원서 모집에 들어갔다.

건협 경기도회, 전건협 경기도회 등 도내 건설단체 역시 탄원서 모집을 진행 중이다.

탄원은 일자리 창출기업 우선낙찰제 도입 추진의 철회와 건설경제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 정책의 추진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건협 경기도회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계는 정부의 지속적인 SOC 예산 감축과 공공발주량 축소, 적정공사비의 미산정에 따른 수익악화 등 날로 위축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고용을 늘린 업체가 우선 낙찰받게 하는 처사는 중소건설사를 고사(枯死)시키고 대형건설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형국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 업계 역시 정부의 이같은 정책 추진 의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건설업계가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여건과 조건이어서다.

수원에서 17년째 실내 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사무직, 제조업과 달리 건설산업은 계절, 시기 등에 따라 일감의 변동이 커 수주 이후에 필요한 기술자를 수배, 채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일부 대형 건설업체를 제외하고는 일감의 경감에 따라 채용규모 역시 변동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더해 현재 중소건설업계는 지속적인 SOC감축과 수익성 악화 등과 더불어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같은 상황에서 일감 수주를 위해 상시인력을 고용하라는 것은 중소건설업체들 다 죽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도장업체를 운영 중인 B대표 역시 동일한 입장임을 밝혔다.

B대표는 “입찰제도에는 중소업체에게도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며 “하지만 이 우선낙찰제는 이를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이 제도의 최대수혜자는 인력 확충 가능성이 높은 대형건설사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건설업, 그 중에서도 2차도급 시공사인 전문건설업계는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 가족단위 경영으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있어 많이 급해보이는 것 같지만 이 제도는 건설업계의 업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건협 경기도회 관계자는 “현재 건협이 주축이 돼 유관단체 및 회원사들에게 탄원 내용을 공지하고 탄원서 접수를 받고 있다”며 “참여 단체의 수를 포섭해 늘리는 한편, 취합이 완료되는 대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유관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호영기자/alex1794@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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