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시위 계엄령’ 문건 의혹을 규명할 특별수사단이 늦어도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전익수(공군대령) 특별수사단장은 이르면 12일 해·공군 검사 30여 명으로 수사단을 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과 쟁점 등을 중심으로 수사 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은 기무사가 작년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이 누구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와 어느 수준까지 보고됐는지, 연관된 인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문건이 실제로 실행하려는 계획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 계엄검토 문건, 작년 3월 한민구 장관에 첫 보고

기무사 문건은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최초 보고됐다.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기 일주일 전인 작년 3월 3일께 한 장관에 보고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불복할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점거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이었다.

당시 한 장관은 해당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조 전 사령관에게 바로 돌려줬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 한 전 장관 측은 “문건 유출시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군이 오해받을 소지가 있으니, 모든 논의를 종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 전 장관은 “언론을 통해서 할 말이 없다”면서 “제가 말을 아끼고 있다”라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송영무 국방장관, 4개월 전 보고받고서 수사 지시는 안 해

자칫 묻힐뻔했던 해당 문건은 지난 3월 1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다.

기무사 직원으로부터 문건의 존재를 보고받은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도 함께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무사 측은 당시 청와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령관은 “이런 문건이 나왔다”면서 송 장관에게 알렸다.

이에 송 장관은 “알겠다. 놓고 가라”며 이 사령관을 돌려보냈다. 이후 이 사령관은 이 문건에 대해 추가 보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아닌 외부기관에 이 문건의 법리검토를 지시했다. 당시 해당 문건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한 결과, 기무사의 월권행위며 당시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수사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송 장관은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등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판단, 청와대 보고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4월 말께 송 장관은 기무사가 만든 문건과 함께 이런 문건을 만든 기무사를 고강도로 개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이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고서 청와대에 보고하기까지에는 한 달여가 걸린 셈이다.

◇ 문 대통령 특별지시로 특별수사단 구성, 본격 수사착수

국방부는 지난 6일 기무사 개혁TF(테스크포스)에서 문건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무사개혁TF는 수사나 압수수색 권한이 없어 의혹을 규명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국방부 검찰단에 “문건의 작성 경위,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확인 및 검토 후 수사전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의혹을 규명할 것을 특별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

청와대는 수사단을 ‘비육군, 비기무 출신’으로 꾸리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정했다.

김재득·라다솜기자/jd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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