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초고가 단독주택 조사, 도내 시세 반영률 56%로 추정… 정몽규 양평별장은 38% 그쳐
건물 세운뒤 지가상승 일반적… 광명 이케아·고덕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판매한 공공보유토지 당시 매각가보다 하락 역현상

▲ 15일 오후 남양주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부회장 소유의 별장 전경이다. 이 별장의 주변 실제 시세는 38억6천만 원이지만 공시가격은 13억9천만 원으로, 반영률이 36%에 그쳤다. 백동민기자

대수술이 예고된 부동산 공시가에 관심이 쏠린다. 공시가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과기준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재벌 등 부자들 소유의 부동산 공시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경기도내 고가 부동산의 공시가 실태를 점검해 본다.



1. 고가 부동산 ‘엉터리’ 공시가

도내 재벌회장 등이 보유한 초고가 단독주택이나 별장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기도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고시된 100억 원 이상 초고가 단독주택 공시가의 시세 반영률은 56%로 추정된다.

그중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자택의 시세 반영률은 38.3%라고 경실련 경기도협의회는 밝혔다.

정 부회장 자택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있다. 현재(2018년 1월 기준) 공시가는 113억 원이지만 시세는 290억 원에 이른다. 시세는 해당 건물 주변 실거래 현황을 반영해 계산한 값이다.

재벌일가 소유의 고가 별장도 마찬가지.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부회장의 별장 시세는 38억6천만 원. 공시가는 13억9천만 원으로 시세 반영률이 36.0%이다.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별장은 시세 반영률이 38.8%다. 시세는 29억4천만 원이지만 공시가는 11억4천만 원에 불과하다.

박장석 SKC 상근고문의 별장인 양평군 강화면 운심리의 한 주택. 시세는 10억6천만 원, 공시가는 4억4천300만 원으로 시세 반영률이 42.0%에 그쳤다.

대기업에 판매된 공공보유 토지 사정도 다르지 않다. 매각 뒤 수년이 지난 현재 공시지가가 매각 당시 가격보다 낮은 현상까지 보인다.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옛 에콘힐 터 공시지가는 매각가보다 442만원이나 하락했다. 경기도시공사는 무산된 에콘힐 사업 터 일상3블록(4만1천130㎡)을 지난 2016년 MDM플러스에 넘기면서 1천955억 원(3.3㎡당 1천568만 원)을 받았다. 현재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3.3㎡당 1천126만 원이다.

지난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광명시 일직동 일원 2만3천654㎡를 이케아에 팔았다. 매각가는 2천346억 원. 3.3㎡당 992만 원에 판매한 셈이다.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3.3㎡당 980만 원. 7년 전보다 오히려 12만 원 떨어졌다.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의 공시지가는 매각가보다 10만 원이나 하락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12년 평택시 고덕면 여염리 일원 85만7천㎡ 토지를 삼성전자에 팔았다. 매각가는 1조4천800억 원(3.3㎡당 173만 원). 공시지가는 162만7천 원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7년 전 매각가에 비해 겨우 33만여 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남도시공사는 지난 2011년 하남시 신장동 9만6천33㎡의 토지를 신세계에 2천665억여 원, 3.3㎡당 755만 원에 판매했다.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3.3㎡당 788만7천 원이다.

공공보유 토지의 민간 매각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건물이 지어진 뒤에는 건물 가격이 포함되기 때문에 지가가 오르는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역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공시지가 산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토지 감정평가사는 “매각 당시 가격보다 오히려 공시지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공시지가가 시세와 토지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는 “재벌과 부동산 부자 등 돈 있는 사람에게 특혜를 주는 과세기준이 문제”라며 “엉터리 공시가를 검증해 특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 기관인 지자체는 이 같은 공시가 산정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정 부회장 자택 공시가에 대해 “‘시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단순 반영률이 낮다는 지적은 문제가 있다”며 “정 부회장 자택의 공시가는 인근 다른 단독주택의 공시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단독주택이나 토지는 실거래 표준이 적고 개별성이 큰 탓에 상대적으로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금미·백창현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