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장소, 대상을 불문한 몰카 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몰카 촬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에 특히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단행동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해 보이는 몰카 범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상이하게 나오고 있어 판결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식당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식사 중인 여성을 몰래 찍은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된 반면 치마를 입은 여성의 전신을 촬영한 남성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모두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전형적인 몰카 범죄인데 판결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법원은 그 기준이 성적 수치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유죄가 선고된 경우 여성의 허벅지가 부각되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킨 반면 무죄가 선고된 경우는 비교적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은 여성의 전신을 멀리서 촬영하여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몰래 찍었어도 경우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았다면 무죄라는 것이다.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성적 수치심을 법원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자신이 어떤 옷을 입었건 자신의 신체가 몰래 찍힌다면 기분이 나쁘고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멀리서 전신을 찍었다고 무죄가 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전신인지 혹은 특정 부위 촬영인지의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상대 몰래 촬영했다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 갈수록 몰카 범죄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유죄 판결의 폭이 더 넓어져야 비윤리적인 몰카 촬영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국회에서 성적 수치심이란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바꿔 처벌 범위를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더 이상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달 초 바른미래당 신용현의원이 대표 발의한 몰카 범죄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주목된다. 현행법의 모호한 판단과 기준 때문에 판결이 상이하게 나오는 점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없고, 몰래카메라 촬영과 유통으로 가해자가 금품이나 이익을 취득하여도 이에 대한 몰수·추징의 근거가 없는 점도 보완했다. 이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기승을 부리는 몰카 범죄를 근절하여 여성들의 불안감을 줄여주고 피해자 보호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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