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에 따라 김 위원장의 한국정치를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과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는 수락연설은 판에 박힌 듯이 들려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당의 엄중한 상황은 가장 뼈아픈 부분부터 도려내야 살 수 있다는 현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것이 계파논리이고 진영논리란 얘기 일 수 있다. 이 오래된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는 그간 현실정치를 앞세워 끓임 없이 정당안을 헤집고 다니며 때로는 모든 것을 부패하게 만들어 가는데 일조했다. 그렇다면 그 안의 의원들이 이를 모르고 있었을까. 그것은 아니다. 그 때마다 적당히 넘어가면서 위기만을 모면한 지금의 결과를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오죽하면 김 위원자은 차라리 그렇게 싸우다가 오히려 죽어서 거름이 되면 그것이 자신에게 영광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되짚어 보게 된 대목이다. 물론 비장한 각오로 한국당의 앞날을 수술해야 하는 김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의결됐다고 해서 당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나야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많아서다. 우선 그 지긋지긋할 비대위원 인선 과정에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재연될 것이 뻔하다. 그러다보면 결국 비대위가 계파별 나눠먹기로 구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비대위가 성공적으로 출범해도 비대위원장의 권한과 활동 기한 등을 놓고 분명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박계를 포함해 일부 잔류파 의원들이 비대위의 역할이 단순히 관리형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맞서 앞으로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가지고는 아무것도 안된다. 김 원내대표의 말처럼 전권을 위임해도 시원치 않을 한국당의 형편이다. 당장 여당이 못하는 경제민생 중심으로 당 노선을 확립하면서 계파 갈등같은 것들을 해소해 나가야 하는 책임도 비대위원장에게는 있다. 김 위원장의 경험은 인정됐다. 노무현정부 대통령 정책실장, 또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박근혜정부의 말기 에서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은 바 있다. 완벽할 수는 없어도 이제 한국당의 앞날은 그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의원들도 백지상태로 협조해야 당이 살고 자신들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