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들 "시세 반영해도 조세저항 예상 국토부가 반려"… 일부 지자체 개별공시가 산정
일부러 공시가 낮은 표준지 써… 급격한 상승땐 서민피해 우려

(3) 정부의지에 달렸다


공시가를 산정할 때 시세보다 정부 정책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게 감정평가사들의 증언이다.

평가사들은 감정할 때 시세를 최대한 반영하지만 정부가 이를 반려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 감정평가 법인 소속 감정평가사 A씨는 “공시가는 부동산의 실가격이 아닌 사실상 정책에 의한 가격”이라고 단언했다.

15년 경력의 A씨에 따르면 공시가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가 시작되면 국토교통부가 “시세를 최대한 반영하라”고 구두로 지침을 전달한다.

이 지침에 따라 감정평가사들이 시세가 반영된 평가액을 제출하면 국토부는 “조세저항이 예상되니 다시 평가하라”면서 반려한다는 것.

이 같은 과정이 매해 반복되는 건 부처 간 ‘힘겨루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감정평가사 B씨는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국토부간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 “공시가 감정평가를 하면서 평가액이 단 한 번에 통과된 적은 없다”고 귀띔했다.

또 일부 지자체는 개별공시가 정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공시가가 낮게 측정된 표준지를 사용한다는 것.

A씨는 “A라는 표준지를 사용해 개별공시가를 정산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A보다 공시가가 낮은 B 표준지를 기준으로 개별공시가가 정해지는 것”이라며 “감정평가사가 아니면 이 미묘한 차이를 알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감정평가사들이 평가액을 높게 측정할 경우 국토부 차원에서 조세저항을 예상해 반려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재부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기재부도 “공시가는 국토부 소관으로 기재부가 영향을 미칠 분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토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준호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이라도 국토부가 공시가에 시세를 반영하라고 지시한다면, 이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공시가가 시세와 동떨어진 까닭은 도리어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공시가 상승에 뒤따른 조세저항은 공제 등 세금 조절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시가의 시세 반영률을 도구로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보일 경우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은 소상공인과 임차인 등 부동산 자산이 없는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금미·백창현기자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