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또다시 통학차량에 갇힌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찜통더위에 무려 7시간 만에 발견된 4살 어린이는 이미 숨진 뒤였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밀폐된 차량 안의 온도는 9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차량 안에 갇힌 어린이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까 생각하면 너무나 참담하다. 의령에서 외할아버지 차량에 갇힌 3살 손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난지 불과 보름 만에 또 이런 일이 발행한 것이다. 어른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일어나지 않았을 끔직한 사고다.

어떻게 운전기사와 인솔교사가 승하차 하는 어린이의 수를 세어보고 차량 안을 돌아보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하지 않았는지, 또 담임교사나 원장이 어린이의 등원 여부를 파악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사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아이의 등원 확인이다. 그런데 이 어린이집에서는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아이가 등교하지 않은 것을 알고 부모에게 연락했다. 무려 7시간이나 흐른 뒤였다. 원장이나 교사가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서로 미루고 소홀히 한 탓이며, 책임감과 본분을 잃은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책임에서 벌어진 참변이다.

2년 전 광주에서 찜통차량에 갇혔다 질식됐던 어린이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지난 5월에도 유치원 통학차량에 4살 어린이가 갇혔다가 버스 옆을 지나가던 시민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된 아찔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유치원 측은 어린이가 갇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부 유아교육기관의 돌봄 부주의와 비교육적 행태가 일상화된 것으로 보인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예방 대책을 강구한다고 떠들썩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던 것도 문제다.

이번 사고 직후 교육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알림 서비스’ 협약을 맺었다. 어린이가 통학차량을 타고 내릴 때 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이미 2012년 3월에 이 서비스가 거론되었으나 6년이 넘는 동안 거의 방치되었던 것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갖가지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고, 차량 제일 뒷좌석에 경보음 버튼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 청원에 수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첨단 IT 강국임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어린이 안전을 위한 기기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후진적인 일이다. 어린 생명을 위협하는 차량 갇힘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통학차량 운영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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