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만에 이어지는 무더위는 대한민국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안전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폭염 속 진행되고 있는 초등 유소년 축구대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결국 이런 대회를 강행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알려진대로 한국유소년축구연맹 등에 따르면 현재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전국단위 규모의 초등학생 축구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중 ‘화랑대기 전국초등학교 유소년축구대회’가 매년 여름철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오는 8월 경주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문제는 폭염주의보나 폭염 특보가 연일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어린 학생들을 운동장에 내보내야 하는 얘기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시합의 결과보다 해당 대회에 참가하는 어린 학생들 건강에 대한 우려가 당연히 크다. 결국 수년째 지속된 문제를 이제는 해결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자연스럽게 됐다. 사실 이런 더위에 맨땅에 서 있기도 힘든데 나가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은 더 큰 안전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다. 지적한대로 여름철 기온이 34~35도 정도면 인조잔디 구장은 70~80도에 육박한다는 얘기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이런 더운 날씨를 피해 아무리 낮 시간을 제외하고 경기를 진행한다고 해도 이 더위에서 아이들을 뛰라 하는 것은 혹사 그 자체를 인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축구 전문가들은 차라리 이런 대회보다 초등학생들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경기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축구 감독들까지 폭염 속 학생들을 혹사할 것이 아닌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러한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도내 한 초등학교 감독 역시 화랑대기 대회 기간이 너무 더운 시기라 경기를 할 때마다 힘든 부분이 있다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주말리그 경기 수를 두 배 정도 늘리는 등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기력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린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은 바 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수들의 면면이 단박에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공히 주말 리그등 작은대회에서 서서히 기본기를 탄탄히 익혀 국가를 대표하는 대회에 나온 일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유소년축구연맹도 이번 대회에 무더위를 피해 오후 12시부터 4시간 동안 경기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고 대한축구협회도 내년부터 진행방식을 바꾸기 위해 내부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다시말해 여름·겨울 진행되는 전국 대회 대신 권역별로 진행되고 있는 주말 리그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에 맞는 대응이 최적이다. 관습과 오래된 제도만 고집해서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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