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무는 건 흔해.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사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며 지겹도록 들은 말이다.

그래도 생각할수록 꽤나 설득력 있었다.

가끔씩 공대생 친구에게 이 말을 해주며 베테랑 기자라도 된냥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녀석을 만난다면 예전처럼 자신있게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제는 개가 사람을 물어도 기사가 되는 시대여서다.

동물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물림 사건을 두고 SNS상에서는 ‘펫티켓’ 논란이 벌어진다.

이제는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됐다.

메시지는 시대를 탄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일도 있다.

최근 경찰청을 출입하며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로 가정폭력 신고가 왕왕 접수된다.

지금까지 가정폭력 사건은 좀처럼 기삿거리가 되지 않았다.

매맞는 여성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을 때려야만 기사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내재돼있던 성평등 이슈가 여러 사건을 계기로 확산됐다.

미투운동이 지속되고 미러링이 논의되며 젠더문제는 사회구성원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됐다.

여성이 피해자인 가정폭력은 여전히 기삿거리가 아니라고 습관처럼 단정지어선 안 된다.

오히려 왜 여성이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수습기자가 한 달째 ‘마와리’를 돌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를 드나들며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수습기자가 사건을 보고하면, 선배는 중요도를 판단해 취재를 지시한다.

다만, 기사 가치를 미리 구분지어 놓고 취재하는 관습이 이제 막 시작하는 기자들에게 고스란히 덧씌워질까 마음에 걸린다.

환기가 필요한 때다.

분명,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린 일이 있다.

정성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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