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경색 국면은 비핵화와 체제보장, 그리고 종전선언 등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차가 조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건의했지만 미국이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면서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종전선언에 이르기까지 전제조건과 걸림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부담되지 않은 낮은 수준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그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여 중재 역할에 나선 것도 바로 그런 점과 연결되어 있다. 정 안보실장은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나 비핵화 협상이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서 협의를 했다. 특히 남북 협력사업 등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사전 준비 작업에 필요한 유류, 장비 등 반입 금지 품목이 해제되지 않으면 남북 교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해 예외 인정 등 유연한 적용에 대해 논의하여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기싸움은 결국 무엇이 먼저냐는 것인데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진 역사적인 회동과 상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협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선순위를 따지기보다 상호 적극적으로 약속을 이행하면서 신뢰를 구축해야 멀고도 험한 비핵화의 길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