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인 우계 성혼(成渾, 1535~1598)의 묘는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향양리 산8-2에 위치한다. 율곡 이이가 묻혀 있는 자운서원에서 약 5km 정도의 가까운 거리다. 파주의 대부분 산세들은 야트막하고 순하다. 가늘고 부드러운 가지 끝에 열매가 열리듯 혈도 순하고 부드러운 산맥 끝자락에 맺는 법이다. 이곳 산세는 한북정맥 꾀꼬리봉에서 비롯된다. 파주의 주산이라 할 수 있는 노고산(382.2m)을 거쳐 봉서산(215.5m)를 향해 가다 서쪽으로 한 맥을 뻗어 향양천을 만나 멈추었다.

묘역은 아래는 부친인 성수침의 묘, 위는 아들인 성혼의 묘가 있다. 소위 역장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명문가일수록 또 성리학자 일수록 역장 한 곳이 많다. 좋은 자리가 있을 경우 유교의 위계보다는 풍수를 우선 했던 것이다. 성혼과 성수침의 묘에서 혈증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혈의 결지방법 세 가지 즉, 결인속기법, 좌우선룡법, 태식잉육법을 살피면 된다. 이중 하나라도 있으면 땅의 생기가 모인 혈에 해당된다. 이곳은 묘아래 하수사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돌아 준 우선룡이다. 앞의 물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흐른다. 산맥과 물이 음양 합을 이룬 혈에 해당되는 것이다.

성혼은 창령성씨 12세로 상곡 성석연의 후손이다. 아버지 성수침은 조광조의 문인으로 기묘사화 때 스승 조광조가 처형을 당하자 처가인 파주목 파평현 우계마을에 은거하였다. 성혼이 일곱 살 때이며, 이전은 서울에서 살았다. 우계마을은 파평윤씨 시조 윤신달이 태어난 성지로 성혼의 호 우계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성혼이 11세 때 조광조의 문인인 휴암 백인걸이 파주 우계로 낙향해 왔다. 을사사화로 선비들을 처형하자 관직을 버리고 낙향한 것이다. 성혼은 백인걸의 문하에서 수학했는데 이때 한 살 아래인 이이도 들어왔다. 이이는 이곳에서 가까운 율곡리에 살고 있었다. 이 인연으로 둘은 평생 친구가 되었다.

성혼은 17세에 생원·진사 양시에 합격을 하나 몸이 아파 대과에는 응시하지 못했다. 친구인 이이는 13세에 진사에 합격하여 23세에 별시에 장원급제 한 후 대과의 초시·복시·전시에 모두 장원으로 합격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성혼은 벼슬 대신 학문에만 전념했다. 당시는 사림들이 사화를 극복하고 권력을 잡을 때였다. 이전은 공신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사림들을 탄압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선조 대에 이르자 훈구파라 불리는 공신세력들은 대부분 사망하였다.

사림들이 정권을 잡자 요직을 놓고 경쟁하며 동서붕당이 되기 시작했다. 김효원의 동인과 신의겸의 서인으로 갈라지게 된 것이다. 성혼은 동문수학한 이이(1536~1584)·송익필(1534~1599)과 함께 서인의 정치노선을 따랐다. 서인이 정권을 잡자 이조참판에 등용되었고 임진왜란 때는 우참찬에 오르기도 했다. 동인들은 사상적으로 퇴계 이황의 주리론을 수용하고, 서인들은 율곡 이이의 주기론을 수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동인은 영남학파, 서인은 기호학파로 불리었다.

성혼은 서인이면서도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을 비판하고, 퇴계의 ‘이기호발설’을 지지하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한 마음인 사단(四端: 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과 선하든 악하든 인간이 느끼는 감정인 칠정(七情: 기쁨·노여움·슬픔·두려움·사랑·미움·욕망)이 있다. 이를 두고 이황은 “사단은 이(理)가 발하여 기(氣)가 그것에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하여 이가 그것에 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이이는 “기가 아니면 이를 발할 수 없고, 이가 아니면 기를 발하도록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즉 이와 기는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본래 사단칠정론은 퇴계와 고봉 기대승의 8년간 논쟁이 유명하다. 그 뒤 우계와 율곡의 6년간 논쟁이 전개되었다. 이는 조선 성리학이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혼의 학문은 외증손인 윤증에게 계승되어 소론의 사상적 바탕이 되었다. 성혼은 사후 좌의정에 추증되었고, 숙종 7년(1581) 문묘에 배향되어 역사에 이름을 빛냈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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