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다’라고 그의 작품 ‘살아있는 갈대’(The Living Reed 1963)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예찬한 펄·벅(Pearl Sydenstricker Buck 1892-1973)여사는 우리나라 사랑을 극진히 한 미국 최초의 여류 노벨상 수상 작가입니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선교사인 부모님 품에 안겨 중국으로 가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1910년에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가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 난징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곳에서 존 로싱 벅(John Lossing Buck)과 결혼을 하여 두 딸을 낳았는데 큰 딸은 지적 장애인이었다고 합니다.

펄·벅 여사는 탁월한 문학가이면서 사람들을 사랑하는 훌륭한 인권운동가였습니다.

스스로 ‘정신적 혼혈아’라고 말하면서 일생을 전세계 혼혈 어린이들을 위한 차별 없는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특히 아시아와 미국 사이의 비교문학적 이해를 도모하는 활동으로 1941년 동서협회(East and West Association)을 설립하였고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인종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하면서 1949년 혼혈 아동 입양 기관인 웰컴하우스(Welcome House)를 설립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 군인들이 아시아 지역에 근무하면서 현지에서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어린이들에게 의료혜택과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64년 펄·벅 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소사 희망원은 1967년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柳一韓 1895-1972) 박사가 소유한 유한양행 소사공장 터(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약 3만여 평을 기부한 자리에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재활시설을 세웠습니다.

펄·벅 여사는 독립운동가이며 사업가인 유일한 박사가 미국 OSS(전략사무국) 중국 담당으로 오게 되어 그와 알게 되었으며 그 후 ‘라초이 식품회사’를 창립(1922)하여 운영하며 중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펄·벅 여사의 소설 살아있는 갈대의 주인공이 ‘김일한’으로 ‘유일한’에서 이름을 따온 것만 보아도 그 친분을 알 수 있습니다.

혼혈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이곳에서 재활 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받았고 또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며 우수한 학생들은 장학금을 주어 미국으로 유학도 보냈습니다.

펄·벅 여사는 소사 희망원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그들을 가르쳤고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친 딸 외에도 한국 출신 구순이를 비롯하여 일곱명의 아이들을 입양한 가슴이 넓은 어머니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펄·벅 재단의 도움을 받은 이들 중에 가수 인순이 씨를 비롯해 함중아, 정동권 씨들도 있는데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사람사랑을 뛰어넘어 그가 쓴 많은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갈대’는 물론 ‘한국에서 온 두 아가씨’, ‘새해’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도 깊은 이해를 하며 우리나라의 기원서부터 단군, 고대사, 고려왕조, 조선왕도, 이순신, 세종대왕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지식을 글로 나타내 세상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박종화, 김동리, 모윤숙, 김말봉, 박화성, 한무숙 문인들과 번역가 장왕록 씨 등과 교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펄·벅 여사가 경주를 방문하던 길에 황혼 무렵 지게에 볏단을 짊어지고 소달구지를 앞세우고 가는 농부를 보고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것이 아니라 달구지에 싣고 농부도 함께 달구지에 타고 가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을 건네자 ‘농부가 하루 종일 일한 소에게 어찌 짐을 지우느냐’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의 고상한 마음을 느꼈다고 말한 그는, 작은 것에서도 한국인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며 한국을 사랑하였습니다.

펄·벅 기념관에는 1970년 펄·벅 여사의 생신 기념으로 선물로 드린 우리나라 산수화가 걸려있는데 그림 뒤에 1030명의 친필로 서명한 이들이 펄·벅 여사의 마음과 정신을 이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지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실천이라고 한 펄·벅 여사의 정신을 기리는 펄·벅 기념관의 앞 뜰에 조각가 박석원씨가 제작한 펄·벅 여사의 동상이 찾아오는 이들을 숙연하게 하고 존경심과 아울러 따뜻한 여사의 숨결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길러 낸 많은 이들은 지구촌을 밝히는 샛별 같은 인재들로 세상을 밝히고 있을 것입니다.


유화웅 시인·수필가, (사)굿파트너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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