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뜨거운 열정을 가지라는 말로 알고 있다. 오늘은 이와 비슷한 문구로 무더위를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인 ‘머리는 차갑게, 배는 따뜻하게’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무더위는 언론에서 자주 언급된 1994년(당시 폭염으로 3천348명의 사망자 기록)이후 가장 긴 무더위로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더운 날씨로 인한 신체의 변화는 신체 상부에 해당하는 머리, 얼굴, 가슴, 등 부위와 외부에 해당되는 피부에 뜨거운 열성(熱性)작용이 지속되며, 그 외의 부분들은 오히려 열의 이동에 의해 상대적인 차가운 냉성(冷性)작용이 나타나게 되어, 한의학에서 상부의 뜨거운 열의 상태와 하부의 차가운 상태를 개선해야 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인체 생리작용이 문제시 되어 진다.

열성 작용에 의한 증상으로는 머리가 아프고, 입맛도 없고, 몸에 열이 나면서 갈증이 자꾸 생기고, 땀이 비 오듯 흐르며, 움직일 기운이 하나도 없게 되어 결국에는 더위에 기를 상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경우 한의학에서는 생맥산(生脈散:기와 진액을 보충하여 맥을 생하게 함)이나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더위를 없애고 기와 진액을 보충함) 등으로 열을 내려주고 수분과 기운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냉성작용에 의한 증상으로는 과한 냉방과 차가운 음료 등으로 머리가 아프고 오한(惡寒)이 생기고, 몸이 오그라들고, 뼈마디가 쑤시며 가슴이 답답하고, 몸은 더우나 땀이 나지 않는 증상이 생기며 복통, 구토, 설사가 나기도 한다. 이는 한의학에서 서감증(暑感證)이라 하여 정기산류(正氣散類), 향유산(香?散:무더위 구토 설사 치료) 등으로 몸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이런 조절을 통해서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한의학적인 상태가 ‘머리는 차갑게, 배는 따뜻하게’라는 원리를 강조한 ‘두무한통(頭無寒痛) 복무열통(腹無熱痛)’이란 말로 설명된다. 이런 조절이 가장 어려운 때가 최근 무더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증상과 진맥에 따른 신체의 열성작용과 냉성작용을 잘 진단하여 기와 진액의 적절한 보충과 수승화강 치료를 통하여 건강한 신체로 유지시키는 것이 무더위를 건강하게 보내는 한의학의 중요한 강점이다.

더위를 조절하는 한약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한 일화가 있다. 최초로 한의학서적(수민묘전)을 저술한 임금인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할 때인 1794년은 어느때보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백성들의 무더위 속 노역을 걱정한 정조는 더위를 쫓는 약인 척서단(滌暑丹)을 화성(華城)의 역소(役所)에 내려주고, 전교하기를, “불볕 더위가 이 같은데 성역처(城役處)에서 공역을 감독하고 공역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밤낮으로 떠오르는 일념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이러한데 어떻게 밥맛이 달고 잠자리가 편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속이 타는 자의 가슴을 축여 주고 더위 먹은 자의 열을 식혀 주는 데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따로이 한 처방을 연구해 내어 새로 조제하여 내려 보내니, 장수(匠手)·모군(募軍) 등에게 나누어 주어서 속이 타거나 더위를 먹은 증세에 정화수를 타서 마시도록 하라.”

더운 날 노인과 어린이는 물론 피로누적, 스트레스 특히 남성들의 음주, 흡연, 여성들의 생리불순, 갱년기증상 그리고 학생들의 수면부족과 나쁜 음식습관 등은 상부의 열과 하부의 차가운 증상을 더욱 가중시켜 회복되기 어려운 신체상태가 될 수 있다. 꼭, 복날 삼계탕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평상시 열이 증가하고 진액이 부족하지 않도록 무리하지 말고 수분과 따뜻한 음식을 자주 복용하여야한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이 여름에 ‘머리는 차갑게, 배는 따뜻하게’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통해 이 무더위를 좀 더 건강하게 보내시길 권해드린다.


최병준 수원시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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