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장관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에서 빠질 수 없는 안정적 관료다. 그것도 고위직으로 행정부 내 미국의 가치와 질서는 물론 우리와 비슷한 다른 나라등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안정적으로 지켜낼 관료라는 의미에서다. 이유는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심축 역할을 비교적 잘 유지해 나가면서다. 이런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얼마 전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필요할 경우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전 세계를 경악시킨바 있다. 그 해석은 처음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 나가겠다는 뜻도 있었고 무역전쟁 이외 다른 그 무엇도 가능할 것이란 의미심장함도 포함된다. 어쩌면 때로 대화의 조건이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도 역설한 중대한 사례였다.

이런 매티스는 장군 출신이다. 평생 군대 울타리 밖을 떠나보지 못한 그는 사병으로 해병대를 거쳐 ROTC로 다시 4성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물론 그는 중국의 손자병법을 모두 외울 정도로 세계 전쟁사에 통달하는 등의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는 군출신 답게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복잡한 세상사를 너무 단순하게 파악하다 보면 실수를 한다는 평소의 생각에서다. 또 하나의 예도 있다. 얼마 전 열린 해군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매티스 장관이 중국에 대해 과거 주변국들로부터 조공을 받으며 고개를 조아리길 강요한 명(明)나라에 빗댄 것이다. 물론 미국 언론들과 국내 몇몇 언론에서는 이러한 매티스의 비판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는 뭔가 다른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실타래 같은 기무사 문건 얘기가 서서히 풀리면서 기무사가 전면 재편, 사령관이 교체됐다. 그리고 이전에 국방부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2022년까지 장군 정원을 76명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개혁 2.0’ 기본방향을 보고했다. 현재 436명인 장군 정원을 2022년까지 36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얘기다. 1970년 중반 수준이라고 언론은 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주 새 국군기무사령관을 임명하면서 “기무사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현재의 기무사를 해편(解編)하여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지시하기 이른다. 현재의 기무사를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군 방첩·정보 조직으로 재편성하라는 의미다. 이번 기무사문건에 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은 장군출신이거나 장군들이다.

짐작하다시피 장군 (將軍)은 군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우두머리다. 이순신 장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시 매티스 같은 장군들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 까지 국회에서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기무부대장이 서로를 거짓말 한다며 이런 거짓말들을 입증하는 자료까지 공개하는 장면들을 여과 없이 지켜봐야 했다. 직속 부하들이 장관의 문제를 폭로하고 나온 것에 세계의 언론과 우리 국민들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회 곳곳에서 정치 아닌 정치판이 벌어지고 있지만 군 안에서 까지 정치 싸움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뜻도 포함된다. 분명한 것은 국방장관인 송 장관이 이번 일로 가장 중요한 군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객관적 팩트를 뒤틀어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는 것만이 왜곡이 아니고 자기 취향에 맞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알려 전체 그림을 못 보게 하는 것도 왜곡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단 언론에 국한되는 얘기만도 아니다. 장군도 그렇고 장관도 그러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몸짓으로만 국민들에게 보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보수든 진보든, 자신에게 불편한 진실까지 받아들이며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자칫 왜곡된 일이 굳어지거나 그렇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어리석음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몰락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편이 기무사에 국한될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혼란만 키우고 원점으로 돌아온 공론화 대입안을 책임져야 하는 교육부와 김상곤 장관도 여기서 멀지 않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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