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

해리엇 러너│부키│312페이지



“분노는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이자, 현명하게 풀어 나가기 힘든 감정”

‘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는 그동안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은 현실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분노로 넘쳐나는 사회에, 특별히 분노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여성들이 오랫동안 분노를 금기시하도록 교육받아 왔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의 내린 ‘여성다움’에 따르면 여성들은 “그저 착하고 상냥해야”한다. 세상을 기쁘게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와주고 돌보고 위로하는 것, 관계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이 여성들의 일이다. 만일 화를 내면,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고 상황이 악화되고 관계가 깨질 것이다. 그럴 경우 여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거기에다 자신이 인간 관계를 파탄 낼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사회는 여성들에게 이런 자질과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도록 가르친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분노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면서 속으로 억눌러 쌓아 둔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마저 억누른 채, 마음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를 껴안고 살아간다. 세상은 이런 화내지 않는 여성들, 분노를 부인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성들을 ‘좋은 여자’라고 부른다.

반면에 화를 잘 내는, 특히 남성들에게 직접 화를 내는 여성들은 ‘나쁜 여자’로 치부되며 멸시당한다. 세상은 이런 여성들을 ‘이기적이다’ ‘미성숙하다’ ‘자기중심적이다’ ‘반항적이다’ ‘여자답지 못하다’ ‘남자 같다’ 등 비방하고 깎아내린다.

‘나쁜 여자’들은 거기에 맞서 똑같은 패턴으로 계속 폭발하며 비난하고 싸우기를 고집한다. 하지만 그래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상대방을 더 마음 편하고 침착해지게 도울뿐더러 기존의 낡은 관계 패턴만 더욱 굳어지게 만든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면, 즉 분명하지 못하고 목표도 없고 조절도 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분노를 부르는 인간 관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화를 내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노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화를 내면서 싸우는 대신, 분노를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아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자기(자신의 생각, 감정, 욕망, 바람, 신념)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럴 때 여성들은 삶에서, 특히 인간 관계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독립과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분노 사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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