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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연의 풍수기행] 고구려의 평시성 '환인과 소서노'… 물 유속 느려 기름진 땅

정경연 2018년 08월 08일 수요일

중국 환인시 오녀산 꼭대기 졸본성에 오르면 혼강(渾江)이 보인다. 특히 점장대에서 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혼강의 본래 이름은 비류수다. 장백산맥과 요동산맥으로 분지한 지점에서 발원하여 압록강까지 이어진 강이다. 유역이 넓은 만큼 많은 물들이 모두 환인지역으로 흘러들어온다. 이곳의 토양이 기름진 것은 비류수 때문이며 이를 경제적 기반으로 고구려가 건국되었다. 기름진 땅이 되려면 물이 S자로 돌거나 땅이 평평하여 유속이 느려져야 한다. 유속이 느려지면 상류에서 운반되어 온 토사가 퇴적하여 충적평야를 이룬다. 이런 토양은 농업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대규모의 취락과 도시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풍수지리 이론 중 물을 재물로 보며 중요시 하는 이유다.

풍수 고전인 ‘지리인자수지’는 길한 물의 형세를 다음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물이 지현(之玄)자로 굴곡해야하고, 둘째는 혈지를 휘감아 돌아야하며, 셋째는 물이 수구 밖으로 나갈 때는 머뭇거리듯 천천히 흘러야 한다. 넷째는 마을 앞 들판에 물이 모였다 나가야 하며, 다섯째는 연못이나 웅덩이에 모인 물은 맑고 깨끗해야 하며 항시 넘쳐흘러야 한다. 대부분 물의 유속과 관련된 것들이다.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땅인가 여부는 물의 유속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경사진 곳보다는 평지가 유속이 느리므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환인지방은 사방이 험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안쪽은 넓은 평지가 있는 분지다. 풍수에서는 분지를 보국이라고 한다. 보국은 산이 둘러싸준 장풍국과 물이 둘러싸준 득수국으로 구분하는데, 환인은 대표적인 장풍국에 해당된다. 외적의 침입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 터를 이루고 살았던 소서노도 그랬을 것이다. 비록 일찍 과부가 되었지만 두 아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여에서 쫓겨 도망쳐 온 주몽을 만나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이 시작되었다.

당시 주몽은 젊고 패기가 넘쳤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오이·마리·협부 세 사람 동무 밖에 없었다. 그런 주몽을 소서노는 전 재산을 기울여 나라를 세우도록 도왔다.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접근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소서노는 주몽을 진짜 사랑했다면 주몽은 소서노의 정치·경제적 기반이 필요해서 만났을 것이다. 주몽에게는 부여에 남겨두고 온 예씨 부인이 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황급히 도망치느라 가족을 남겨 놓고 온 마당에 다른 여자를 사랑할 마음이 생길 리가 없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모를 일이라서 장담은 할 수 없다.


‘삼국사기’는 “주몽이 졸본천에 이르러 땅이 기름지고 산천이 험한 것을 보고 그곳에 도읍을 정했다. 그러나 마치 궁실 지을 겨를이 없어서 비류수 가에 초막을 짓고는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고 하고, 이로 인하여 ‘고’를 성씨로 삼았다. 주몽의 나이 22세였으며 사방에서 소문을 듣고는 따르는 자가 많았다.”고 적고 있다. 아마도 이때쯤 소서노가 주몽을 찾아가 만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둘은 결혼했고 소서노는 고구려의 첫 번째 왕비가 되었다. 그녀는 주몽의 안전을 위해 오녀산 꼭대기에 성을 쌓고 도읍을 옮겼다. 바로 졸본성이다. 주몽은 환인지방의 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산 정상에 평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소서노의 도움으로 힘을 키운 주몽은 인접해 있는 말갈을 물리치고 송양이 다스리는 비류국을 복속시켰다. 그리고 4년이 지나 평지로 내려와 성곽을 쌓고 궁실을 새로 지었다. 고구려의 궁궐이 산성과 평지에 동시에 있게 된 계기다. 건국 6년이 되자 고구려는 세력을 확장하여 백두산 동남쪽에 있는 행인국을 빼앗고, 10년째는 북옥저를 쳐서 없애고 그 땅을 성읍으로 만들었다. 모두 소서노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주몽은 소서노를 총애하고 대접하는데 후했다. 소서노가 낳은 비류와 온조도 자기 자식처럼 대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부여에 남았던 첫 부인 예씨와 그녀가 낳은 아들 유리가 찾아온 것이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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