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counters)는 일본의 민족주의적 혐오주의자들의 인종 혐오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행동주의자들이다. 오토코구미, C.R.A.C., 타격 부대, 서명 부대, 낙서 지우기 부대, 알려주기 부대 등 각자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혐오표현)에 대항하고 있다.

리얼 액션 다큐 ‘카운터스’는 일본 최초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을 이끈 전설의 시민운동 이야기로 오는 15일 개봉한다.

2013년 2월의 일본 도쿄 한복판, 한국 음식점과 한류 가게가 밀집된 신오쿠보 한인타운에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조선인을 없애는 일은 해충 구제와 같다” 등의 팻말을 든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혐한시위대가 행진하고 있었다. 또 한편에선 “차별하지 말라” “함께 살아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이들의 ‘혐오표현’에 대응해 ‘대항표현’으로 위협과 선동을 반사하는 무리가 있었다. 이들은 몸으로 혐한시위대를 막고, 거리에 떼로 주저앉아 행진을 방해하며, 물리적인 충돌도 불사했다. 영화 ‘카운터스’는 2013년부터 일본 전역에 극렬하게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반혐오·반차별 운동을 펼친 전설적인 시민운동 ‘카운터’ 운동의 주역들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카운터 운동은 일본 시민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점차 과격해지고 극렬하게 치닫던 혐한시위의 확산을 막아내고, 일본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국제적인 연대를 도모했다. SNS를 통해 시작된 카운터 운동은 혐오와 차별에 맞선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조직적 대응을 통해 아베 정권하에서 일본 최초로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을 이끌며 역사적인 성과를 이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운터 운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구도다.

이는 재일 한국인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선동하며 전 일본인들에게 특권 철폐 운동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설파한 재특회 중심의 혐한시위대와 반혐한시위대 카운터스와의 대결이 아닌, ‘일본 사회’ 대 ‘인종주의자’의 구도로 바꾸어 혐오 세력을 제압해 나간 것이다. 또한 일본이 재일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필리핀인, 기타 외국인들과 함께 더불어 사회임을 알리며 인종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이렇듯 ‘카운터스’는 카운터 운동의 시작과 이에 동참한 다양한 일본인들의 면모와 연대의 방식을 그려내며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것이 개개인을 넘어 우리 모두의 몫임을 전한다. 나아가 현재 한국 사회 역시 매섭게 직면한 혐오와 차별에 대한 심층적인 진단과 이를 없애기 위한 개인의 실천, 범사회적인 대응, 국가적 차원의 법적, 제도적 조치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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