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초등학교 때 야무진 여름방학 생활계획표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침 6시 기상, 6시-8시 공부(특별히 정해 놓은 것은 없지만 무조건 공부한다), 8시-9시 아침 먹고 평소 절대 안하던 운동까지, 9시-12시 다시 공부. 12시-1시 점심 먹고 약간의 휴식, 1시-3시 그 졸리는 시간에 독서, 3시-6시 또 공부, 6시-7시 저녁 먹고 TV 시청(딱 한 시간만), 그리고 7시-9시 공부, 9시 씻고 자기... 처음 하루나 이틀 정도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보지만 삼일도 못가서 잠자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노는 시간이 늘고, TV를 보는 시간이 늘고, 휴식시간이 는다.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초등학생만의 몫이 아니다.

농경사회 시절 마을 아이들에게는 소 먹일 꼴을 베는 일이 마치 매일 매일 해야 하는 여름방학숙제 같은 것이었다. 소만큼 귀한 것이 많지 않던 당시 소는 농가의 재산목록 1호였다. 그런 소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3년 흉년이 들어도 먹지 않는다는 ‘종자 씨’를 먹는 것이고,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씨암탉’을 잡아먹는 것과 같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지만 가족처럼 가까웠던 소가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다 못해 나라를 온통 뒤흔들었던 적도 있으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여름방학마다 소를 어떻게 먹일까 고민하던 우리가 이젠 소를 먹을까 말까 염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시원한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학기 중 부족했던 공부를 따라잡거나 바쁜 일상으로 읽지 못한 책을 읽으며 태양을 피하는 두 마리 토끼잡기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만약 여행을 생각한다면 세계 일주나 유럽일주는 못하더라도 전국일주는 가능하다. 여름방학을 전후한 6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만 29세 이하(올해만, 평년은 만25세) 내외국인은 기차표 한 장으로 5일 동안 청춘·새마을·누리로·무궁화호·통근열차를 구간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마음껏 갈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어야겠다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여름방학을 맞아 행정지원 및 민원안내 등의 업무를 도울 목적으로 실시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1천763명(작년 2천367명) 모집에 지원하는 것도 좋겠다. 서울은 이미 신청기간이 지났지만 경기·인천에 주민등록이 되어있어도 서울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이면 신청이 가능했다.

인천시는 올해 250명(작년 여름 200명)의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 하지만 지난 겨울방학기준 인천시를 비롯해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군·구는 연수구, 서구, 계양구, 남동구, 옹진군, 강화군 등 6곳에 불과했다(올 여름 부평구도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운영). 작년보다는 50명 증가한 수치이고 의왕시 30명, 김포시 33명, 성남시 190명, 화성시 101명 외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주관하는 2018하반기 경기청년 및 대학생 인턴모집(공공기관) 76명 등 경기도 내 각 시군구를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나겠지만 신청 대학생 중 90%가 넘는 인원이 아르바이트 기회를 얻지 못하고 경쟁률이 너무 높아 확대 운영이 절실하다.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문제는 초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방학숙제와도 같다. 한국잡월드는 8월 중 진로전문가의 진로강연, 직업체험, 적성검사, 대학생 멘토링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진로프로그램을 연령별로 진행한다. 도미노피자는 전국 36개 매장에서 8월 22일 토핑, 도우, 소스 등의 식재료로 6-10세 아동들이 직접 ‘나만의 피자’를 만들어볼 수 있는 쿠킹클래스를 개최한다. 피자 메이킹이 끝난 후에는 피자 시식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퍼즐놀이가 진행되며 인증서 및 손목밴드를 수여하는 수료식도 실시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물을 주제로 한 ‘맑은 물아, 고마워!’를 시원한 차 만들기, 워터 페인팅, 컬러풀 정글 그리기 등 예술과 과학, 인문 분야 등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으로 기획, 17일까지 진행한다. 25-26일은 한 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박물관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시끌벅적 박물관 속 한 여름밤 캠프‘도 개최한다. 어른도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픽사가 14년 만에 가져온 시리즈 ’인크레더블2‘를 가족과 함께 보거나 작년엔 책받침 스타들의 영화(라붐, 탑건 등) 10편을 상영한 한국영상자료원이 제공하는 ’어른들을 위한 여름방학특선: 공포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엑소시스트, 캐리, 죠스, 나이트메어, 오멘 등 15편을 12일까지 상영하니 서둘러야 한다. 어른들에게도 여름방학이 필요하다.

오현철 성결대학교 교수·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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