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금(玉流琴)은 북한의 민족현악기 중 하나다. 1970년대에 북한에서 고악기 와공후를 개량하여 만들었다. 음색이 맑고 유려하여 옥류금이라 이름 하였다. 33개 줄로 구성되어 음역대가 넓다. 페달을 이용한 변음장치가 있어 음의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연주법이 다양하여 한반도의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어떤 창작 음악이든 연주가 가능하다. 특히 현을 손으로 흔드는 농현(떠는 음)을 할 수 있어 표현력이 풍부하다. 우리 전통음악의 맛을 내는 농현이 가능해 서양의 하프와 비교할 때 동양적인 음색을 표현하는데 용이하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옥류금은 새로운 창작곡 연주에는 더없이 좋은 악기지만 산조 같은 전통음악의 맛을 내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가야금(伽倻琴)은 한민족의 전통현악기다. 현재 남한에서 사용하는 12줄의 전통가야금은 전통음악의 백미인 산조를 연주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름 하여 산조가야금이라고 부른다. 산조가야금은 전통음악을 연주하는데 손색이 없다. 다만 이 악기로 새로운 창작음악을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북한은 현대 창작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현의 수를 늘려 21줄로 개량하였다. 남한도 창작음악 연주를 위해 25줄 가야금을 만들었다.

북한의 옥류금과 남한의 가야금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한 ‘산조옥류금’을 만들면 어떨까. 현대음악이 요구하는 감각의 다양한 표현과 전통음악의 깊은 맛을 살려낼 수 있으니 금상첨화의 악기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올해 들어 급진전되면서 11년 만에 극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8월에는 남북 정상의 만남에 이어 남북이산가족 상봉도 예정되어 있다. 획기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머지않아 남북 상호 문화교류 확대와 비약적 발전이 예상된다. 그 때를 준비하고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남북한이 예술교류를 통해 이질적 거리감을 좁혀나가고 한민족의 음악을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남북 상호간 음악교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한반도의 문화정체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민요는 한민족의 음악적 정체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민요를 주제로 한 창작품을 통해 상호간에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제적인 보편성을 아우르는 음악과 연주 악기가 필요하다. 세계인들의 기호에 맞춘 합주음악과 현대적 연주 기법으로 작·편곡되어야 할 것이다. 악기는 도구이자 그 시대를 반영하는 음악사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이렇듯 악기 개량은 자연스러운 문화 발전과 맞물려 음악이 변화하고 새로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인정한 ‘K-pop’에 이어 ‘K-Classic’ 활성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pop에 이어 K-Classic이 남북한 평화의 기류를 타고 세계에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때가 왔다. 분단 이후 남북이 끊어진 사이, 언어와 생활문화 만큼이나 전통음악도 상당히 이질화 되어버렸다. 남한은 무형문화재 제도를 통해 전통을 보존하는데 반해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아래 주체적 발성, 즉 북한의 민요소리와 서양의 벨칸토창법을 결합하여 새로운 민족성악 창법을 만들었다. 전통악기 합주도 남한은 순수 국악기만을 사용하는 반면 북한은 배합관현악이라고 하여 우리악기와 서양악기를 혼합한 새로운 관현악형태를 만들었다. 5음계에 적합한 전통악기와 7음계 구조인 서양악기가 자연스러운 배합을 위해서 악기개량을 하였으며, 새로운 표현을 위해 옥류금과 같은 새로운 악기를 만든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남북한의 음악과 악기를 결합한다면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양질의 악기와 음악을 낳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화합시대를 맞아 상호 교류와 융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북 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정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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