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스파이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남성 주인공한테 곁들인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007시리즈' 본드걸이 대표적이다.

 22일 개봉하는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스파이 영화의 전형을 깨고 여성 콤비를전면에 내세웠다.

 영화 제목은 스파이 물 고전인 '007시리즈' 중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패러디했다. 제목에서부터 장르의 클리셰를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뿜어낸다.

 그렇다고 거창한 주의·사상을 담거나 기존 스파이 물의 틀을 깨는 새로운 영화적 기법을 시도하진 않았다.

 연출을 맡은 수잔나 포겔 감독은 '평범한 두 여성이 뜻하지 않게 스파이 세계에발을 들이게 됐다'는 설정을 내세워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즐기는 '팝콘 무비'를 빚어냈다.


 평범한 슈퍼마켓 카운터 직원 '오드리'(밀라 쿠니스 분)는 서른 살 생일에 남자친구 '드류'(저스틴 서룩스 분)로부터 문자메시지로 이별 통보를 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납치까지 당한다.

 알고 보니 드류는 CIA 요원으로 범죄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신세였던 것. 드류는범죄 조직의 추격을 뿌리치고 오드리 집으로 찾아오지만 결국 총에 맞아 숨지고 만다.

 그가 남긴 유언은 세계의 파멸을 막기 위해 오드리에게 맡긴 트로피를 오스트리아 빈의 베른이라는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것.

 오드리는 절친한 친구 '모건'(케이트 맥키넌)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떠나고, 이를 계기로 스파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스파이 영화인 만큼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총격전과 차량 추격전은 빠지지 않는다. 다만, 전문 스파이가 아닌 평범한 여성이라는 설정의 한계 때문에 주연 콤비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빈 카페에서의 총격전은 영국 첩보기관인 MI6 요원 '세바스찬'(샘 휴건)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차량 추격전에서 주인공 오드리의 활약은 급브레이크를 밟는 정도에 그친다.

 오히려 액션 장면만 놓고 보면 '솔트'의 앤젤리나 졸리나 '미녀삼총사'의 캐머런 디아즈의 활약상이 더 빛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앞선 여성 스파이 영화와 차별화가 가능한 대목은 '유머'다. 스파이 영화보다 개그 물에 가까울 정도로 유머 강도가 세다.

 

 여기에는 미국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 USA' 간판스타 케이트 맥키넌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코믹 연기로 정상에 선 맥키넌의 내공이 강약을 조절하는 능청스러움과 풍부한 표정에 그대로 묻어난다.

 맥키넌과 합을 맞추는 밀라 쿠니스도 전작 '블랙스완'에서 보여준 우아한 발레리나 '릴리'의 모습을 지우고 거침없는 입담을 드러낸다.

 CJ CGV가 단독 개봉하는 작품으로 2시간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고 나오기에딱 좋은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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