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동네 사람들 도와주다 보니 12년 동안 이장으로 일하고 있죠. 버스 운전도 마찬가지에요. 손님들이 고맙다고 말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양주시 백석읍 대교리 이장이자 의정부에서 양주를 경유하는 진명여객 51번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오재선(64) 씨는 13일 두 가지 일을 통해 기쁨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1981년부터 버스운전을 시작해 올해 37년째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다. 3년 전 만60세 정년을 맞아 현재는 촉탁직으로 꾸준히 승객을 만나고 있다.

특히 오씨가 운전하는 51번 버스는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까지 가는 유일한 버스다. 비암리 주민들에게는 1시간에 1대인 이 버스가 타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비암리는 주로 짐을 가득 들고 있는 노인들이 많은 동네로 오씨는 단순한 버스기사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골이니까 노인분들이 야채 보따리 같은 짐이 많다. 무거운 짐을 내려주고 태워주고 부축도 해드리다 보면 나중에 고맙다고 담배를 사주시기도 하고 철마다 나는 채소를 보내주시기도 한다.”

버스운전과 마을이장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오씨는 시종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인다.

“버스운전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기 때문에 이장 일을 하는 데 지장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두 가지 다 하면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기만 하다.”

오랜 버스 운행을 하면서 오씨는 한 대리기사를 기억한다. 그는 막차 운행을 끝내고 종점을 향해 돌아가는 길에 시골길을 걷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교통편도 끊긴 심야에 무작정 걷고 있는 남자는 대리운전 기사였고 그를 태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오씨는 “대리기사가 연락처를 수소문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며 “집으로 감사인사를 하러 오겠다는 것을 말리느라 혼났다”고 당시의 보람을 회상했다.

그는 “비암리 같은 곳은 버스가 고장나면 대체 수단이 없다”며 “시에서 예산을 들여서라도 버스회사가 증차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민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장이자 버스기사로서의 바람을 나타냈다.

서희수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