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마음이 사는 집에 사네

박혜수│마리서사│184페이지



‘무겁다-가볍다’ ‘다치다-고치다’ ‘어둡다-밝다’ 등 마음을 형용하는 이 말은 사람을 수식할 때 쓰이기도 한다. 사람에게서 마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마음 관리가 뜻대로 되면, 어른이 됐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만약 그렇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오르는 나이는 아직 아이인 마음도 밀어내는 까닭에 엉거주춤 어른 행세를 해야 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법이다.

이 책은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이 털어놓는 속마음이자, 어른으로 살아가는 독자가 터놓고 읽을 만한 아름다운 지혜의 글이다.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은 “빈번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리적 거주지를 찾지만, 마침내 표류한다. 불경과 한시는 떠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불시착한 옛집에서 안으로 낸 마루였다. 전갑배 화백의 그림은 고택 마디마디에 배치된 훌륭한 창이다.

각 장을 열어 주는 글과 그림은 전통 가옥의 편문 역할을 해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와 손님이 지내는 안채와 사랑채가 나오고 협문을 통과하면 연민과 자비의 공간인 사당채가 기다린다.

불경이 주를 이루지만 ‘사람은 마음이 사는 집에 사네’는 경전을 해석하고 번역한 책은 아니다.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 심리적 거처를 제공하는 에세이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다. 마음에도 없는 이를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면, 이곳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이 책은 심상 번역서라고 할 수 있다. 불경의 ‘경’이라는 글자를 이루고 있는 실타래와 물줄기처럼, 살아가며 마주하는 장면에서 저자가 터 준 ‘마음 길’이면서 시공을 초월해 살아 숨 쉬는 경전의 일부와 저자가 직접 쓴 시는 땅 위의 모든 것에 바치는 고적한 헌사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