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현장 철거해야" vs "역사적 가치 고려해야"

 "일제 수탈현장을 철거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끄러운 역사지만 교육을 위해 보존해야 한다."

▲ 옛 서이면사무소
 

 올해로 해방 73주년을 맞았지만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등록된 안양 옛 서이면사무소의 문화재 지정 존치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서이면사무소의 굴곡진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장소는 1941년 10월까지 서이면 면사무소로, 이어 1949년 8월까지 안양면 면사무소로 사용되다가 안양의 읍 승격 이후 읍청사를 신축하면서 개인에게 매각돼 병원과 음식점 등으로 사용됐다.

 도는 옛 서이면사무소가 지역에 남은 유일한 고건물로 가치가 있다며 2001년 1월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00호로 등록했고, 시는 29억2천700여만원을 들여 이를 매입하고 복원작업을 벌여 2003년 12월 일반에 공개했다.

 그러나 해체 복원 과정에서 상량문에 '조선을 합하여 병풍을 삼았다. 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을 만나 들보를 올린다'고 경술국치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는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에 맞춰 상량식을 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또 초대 면장이 조선총독부로부터 두 차례 훈장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친일 잔재 복원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서이면사무소가 일제 수탈의 현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안양1번가 상인과 인근 지역 주민 등을 중심으로 문화재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해도 역시 제기됐다.

 이대열 안양1번가 번영회장은 "일제의 잔재인 서이면사무소가 안양역 인근 최대상가 밀집지역인 1번가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 해제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시는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도에 문화재 지정 해제를 신청했으나, 경기도문화재위원회는 2016년 5월 회의를 열어 근대화 과정의 아픈 역사가 보존돼 있다며 부결했다.

 지금도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라며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이형진씨는 "건물이 없어진다고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제의 잔재라고 모두 없애버리면 역사적 교훈은 책에서나 찾아보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시는 문화재 지정 해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용지 확보 등 여건상 어려움이 많아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서이면사무소에는 항일운동, 수탈 관련 자료, 행정 소품 등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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