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여성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 나갈 때 가족 등 주변사람들이 얼마나 잘 도와주느냐에 따라 직장에서의 롱런이 가능합니다.”

신용보증기금(신보) 경기영업본부에 최근 부임한 육미숙 신임 센터장은 15일 일가정 양립에 주변인들의 도움을 강조했다.

육 센터장은 신보 경기영업본부 역사상 최초 여성 센터장이다. 직장생활에 많은 애로가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근속연수 30여 년을 채우며 경기지역 근무자 중 가장 뛰어난 여성인력이라는 인사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3급 관리자임에도 2급에 해당하는 부점장급 직책을 맡았다. 신보 재원들 사이에서 ‘유리천장’을 뚫은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이유다.

육 센터장이 여기까지 오는 데 꽃길만 있었을까. 최근 들어 신보 역시 탄력근무제, 육아휴직, 임산부 야근 금지 등 ‘워킹맘’을 위한 여러 복지제도가 활성화돼 있지만 육 센터장이 한창 직장인으로, 엄마로, 며느리로, 아내로 부대낄 당시에는 지금처럼 일가정 양립 인식이 활발치 못했었다.

육 센터장은 자녀들이 가장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지방으로 발령이 두 차례나 났었다.

그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 강릉지점,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대구지점으로 지방발령을 받았다”며 “이사를 계획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아들의 의견 때문에 아이를 남편 옆에 남겨두고 홀로 지방생활을 했다”고 돌이켰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녀와의 화합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육 센터장은 “손편지”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전화를 했었지만 항상 끝은 노파심에서 나오는 잔소리로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며 “그러다 방식을 바꿔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 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묵묵히 아들을 잘 돌보며 지내준 남편의 공이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육 센터장은 여성의 경력단절에 가장 큰 요인을 ‘육아’로 꼽으며, 이를 해결하는 데 무엇보다 가정의 도움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보의 경우를 봐도 여직원은 육아, 가사 등 동요 요인이 생기면 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 지방발령 등이 가장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육 센터장은 “아무리 일가정 양립이라고 하지만 여성이 혼자 그 둘을 100% 해내려 한다면 그때부터 힘들어진다”면서 “부족하거나 여력이 안되는 것은 그대로 인정하고 남편, 부모 등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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