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마침 수제비가 먹고 싶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꽃비가 떨어진다.
멸치 국물 내어 밀가루 반죽 툭툭 뜯어 넣은 수제비
언젠가 친구 집에 놀러가 처음 먹어본 수제비 맛은
혀끝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국물맛과 하얀 밀가루 덩어리 그것
생각해보니 엄마는 수제비를 끓여주지 않았다
언젠가 시집가서 몇 년을 쌀이 귀해 하얀 쌀밥은 구경도 못하고
밀가루 한포를 외상으로 얻어와
수제비만 끓여 먹었다고 하신 말씀을 잊고 있었다
왜 그 기억이 갑자기 지금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오랜만에 수제비를 맛나게 끓여드렸다
한 술도 뜨지 않고 60년 전 이야기만 풀어놓으신다.
수제비는 식어가고 창밖의 빗줄기는 아까보다 더 굵어진다.
인생드라마 한편을 다 찍었다
비가 오는 날에



목경화 시인

1961년 마산 출생, ‘한국시학’을 통해 등단, 수원인문학 글판 선정, 수원문학 창작활동, 현수원시립매탄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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