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경의중앙선·경강·경춘선 주말만 휴대 허용… 시민들 불만
한강변 자전거길 이용객 증가… 객실혼잡·안전사고에 출입 규제
이용객 "자전거 이용 권장하고 길목 막아선 꼴… 시대역행" 반발

주말을 포함해 주5일을 일하는 직장에 근무하는 허모(49)씨는 평일 오후, 경의 중앙선을 애용해왔다. 도심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전거 도로 관리가 잘되고 있는 곳에서 자전거 주행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는 경의 중앙선을 비롯해, 경강선, 경춘선에서 이 같은 일이 불가능해졌다. 한국철도공사에서 해당 노선의 평일 자전거 탑승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허씨는 “직업 특성상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전거는 쉬는 날인 주말에 타라’는 단순하고 융통성 없는 접근법이 아쉽다”고 말했다.

15일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주중 평일 경의 중앙선과 경강선, 경춘선 전동차 내 자전거 휴대를 금지할 방침이다.

해당 노선은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와 남한강길, 북한강길 자전거 도로와 연계돼 많은 자전거 이용객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로 인해 객실의 혼잡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평일 낮은 혼잡도를 고려해 평일 출 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모든 요일에 자전거 탑승 허용제를 도입해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노선의 이용객 증가로 안전사고 발생 및 자전거 휴대승차에 대한 민원 증가 때문에 이 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한국철도공사는 작년 전차 내 자전거 관련 사고가 11건, 민원은 하루 평균 8.3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전철 이용객 1천108명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휴대 승차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가 평일 자전거 휴대승차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 열차내 자전거 거치대. 사진=연합

자전거 이용객들은 이 같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친환경, 미세먼지 저감, 국민 건강 등의 이유로 국가차원에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면서도 자전거 인프라가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특히 일부 몰상식한 자전거 이용객들로 인한 민원으로 자전거 이용객 전부가 피해를 보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경춘선을 타고 있던 한 자전거 이용객 김모(34)씨는 “오히려 주말보다 한가한 평일 낮을 허용해주거나 전용칸을 확실히 구분해둔 뒤 위반자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고 반발했다.

다른 이용객 서모(53)씨는 “자전거 이용의 선진국화를 하겠다며 전국을 거미줄처럼 잇는 자전거길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길목을 막아서는 조치”라며 “이번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거 같은데 정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행정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해당 노선의 차내 혼잡도가 점차 높아지는데다 일부 이용규칙 미준수 자전거이용객으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에 대한 조치”라고 말했다.

신경민기자/tra@joongboo.com

▲ 경춘선.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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